[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서울대학교병원은 가슴뼈(흉곽)가 자라지 않는 희귀질환인 ‘쥰 증후군(선천성 제한적 흉곽 성장장애)’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새 수술법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인체의 가슴은 앞쪽의 흉골, 뒤쪽의 등뼈, 옆쪽의 갈비뼈로 이뤄진 흉곽이 심장, 기관지, 식도 등의 내부 장기를 바구니처럼 싸고 있는 구조다. 쥰 증후군은 이런 흉곽이 자라지 않는 희귀질환이다. 신생아 10만명 중 1명꼴로 발병하며 환자 10명 중 8명은 흉곽에 막힌 심장과 폐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사망한다.
이 질환의 보편적 수술법은 늑골절개와 재봉합을 통한 흉곽확장술이다. 두 개의 갈비뼈를 한 쌍으로 해서 1번 갈비뼈는 왼쪽을 길게, 2번 갈비뼈는 오른쪽을 길게 절개한 후 1번과 2번의 긴 갈비뼈를 서로 연결시키는 방식이다. 다른 갈비뼈도 같은 방식으로 연결해 흉곽의 부피를 넓힌다.
그러나 이 수술은 광범위한 갈비뼈 절개와 장기 손상이 불가피해 수술 후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 또 수술도 어려워 신체기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1세 미만의 영아에게는 시행하기 어려웠다.
강창현 흉부외과 교수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견인기를 이용했다. 가슴 앞쪽의 흉골에 견인기를 넣어 매일 조금씩 흉골을 좌우 방향으로 늘려 흉곽의 부피를 넓히는 방식이다.
강 교수팀이 생후 1년이 된 쥰 증후군 영아에게 이 수술을 한 결과 환아의 흉골이 조금씩 성장했으며 수술 42일 후에는 흉골의 가로 너비가 11㎜에서 26㎜로 커졌다. 또 흉골이 양쪽으로 성장하면서 흉곽의 부피도 넓어졌다. 수술 4개월 후에 견인기도 안전하게 제거됐으며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던 환아는 자가 호흡이 가능할 정도로 호전됐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번 수술법은 기존 수술에 비해 훨씬 안전하면서 흉곽을 인위적으로 확장하지 않고 자연스런 성장을 유도하는 창조적인 방법”이라며 “쥰 증후군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흉부외과학회지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