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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기인사에 눈에 띄는 인물은 신헌(58) 롯데홈쇼핑 사장이다. 그룹 전체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한 계열사 사장을 그룹의 주력사인 롯데쇼핑(023530) 대표이사로 파격 임명했다. 대신 그동안 백화점 사업을 이끌었던 이철우(69) 사장은 총괄사장으로 일선에서 한발 물러나게 했다.
신 사장은 1979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백화점 마케팅 전문가로서 입지를 다진 인물. 지난 2008년 롯데홈쇼핑 사장으로 취임해 불과 4년만에 매출을 4배 이상 끌어올리는 뛰어난 경영능력을 보였다. 신 회장과 비슷한 연배라 오너와 전문경영인 이상의 친밀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안팎에선 `신동빈의 남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신 회장의 세대교체 의지는 호남석유화학(011170)과 롯데제과(004990)에서도 읽을 수 있다. 지난 5~6년간 호남석유화학을 이끈 정범식(64) 사장과 롯데제과의 김상후(62) 사장이 이번에 보직이 변경되거나 후배들을 위해 용퇴했다. 롯데는 이 자리에 허수영(61) 케이피케미칼(064420) 대표와 김용수(54) 롯데삼강(002270) 대표를 임명했다.
두 사람은 글로벌사업을 확대하거나 국내에서 M&A 등으로 그룹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된다. 전임 사장들에 비해 나이도 3~8세 적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해 파스퇴르유업에 이어 식품유지업체 웰가를 흡수합병하는 등 왕성한 식욕을 보였다. 신 회장이 "지금처럼 경기가 안좋을 때가 오히려 기회"라며 그룹임원들에게 M&A를 독려하기 전후에 이뤄진 일이다. 그만큼 신 회장의 의중을 꿰뚫고 있다는 얘기다.
세대교체는 전문경영인에 국한되지 않았다. 신격호(90) 총괄회장의 맏딸이자 신동빈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70) 롯데쇼핑 사장도 이번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신 사장은 최근 재벌의 빵집진출 논란의 계기가 된 `포숑`의 장선윤 씨 어머니다. 그는 지난 1973년 롯데호텔 이사를 시작으로 약 40년간 롯데에 몸담으며 지금의 롯데를 키운 장본인 중 한명으로 꼽힌다. 이번에 현업에서 물러남으로써 동생인 신동빈 회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을 그룹내 더욱 확실히 관철시킬 수 있게 됐다.
롯데는 이번 인사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인적발판를 마련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신 회장은 그동안 `글로벌 롯데`를 만드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자신이 정책본부장 시절 `2018년 그룹 매출 200조원, 아시아 10위권 그룹 도약`을 목표로 한 글로벌 비전을 수립하기도 했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에 요직에 등용된 인사들은 사실상 그룹을 이끌 차세대 리더로 볼 수 있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모습으로 조직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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