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다음달 상황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부동산 가격이 대세 상승할 것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확산되고 있고, 다음달부터는 부동산 실수요가 몰리는 이사철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대출규제에 나설 지, 가격 지표를 좀 저 지켜본 후 액션을 취할 지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 8월 주택대출도 3조원 이상 증가할 듯
27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8월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7월보다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인대출은 7월에 이어 8월에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집단 대출은 8월에도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다"며 "8월 전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7월보다 조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3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8월에도 최소 3조원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집값이 급증했던 2006년 월평균 2조5000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그래프 참조)
하지만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의 핵심요인인 집단대출 증가세는 한풀 꺾일 것으로 기대한다.
은행권 집단대출 승인잔액은 지난 7월 7일 3조9000억원에 육박했지만 7월말 3조2000억원, 8월말 현재 2조7000억원까지 줄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력에 은행권이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대출금리도 올려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8월 지표만 보고는 추가 규제를 결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9월 지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 공급대책 시행 후 추가 규제 결정
지난 24일 부동산 관계장관 회의에서도 이 같은 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윤진식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 24일 서울 모 호텔에서 부동산 시장 점검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관계장관 회의 후 아직 위에서 (정책을) 다시 검토하라는 지시를 추가로 받지 못했다"며 "2주전 정부 스탠스(윤증현 장관 발언)에서 달라지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이는 집값 상승의 가장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수도권 지역 부동산 공급 확대 대책을 우선 시행해 본 후 추가 대책을 고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국토해양부는 시세보다 저렴한 보금자리 주택 공급량을 확대하고, 시세 차익을 제한하는 내용의 주택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 부동산 규제 강도 세질까
정부 부처들은 현재와 같은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부동산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 방식에 대해서는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종전까지 `집값이 오르면 대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던 금융당국의 자신감이 "집값 상승기 대출 규제 효과는 예상했던 것 보다 크지 않다`며 한발 물러서고 있다.
실제로 7월 수도권 LTV(담보인정비율) 강화 등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소폭 둔화됐지만, 집값 상승세는 8월 들어서도 탄력이 붙고 있다. 강남 3구의 가격 상승세는 강북과 수도권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전국의 땅값 상승률도 4개월 연속 오름세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개인 주택담보대출은 줄고 있지만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며 "특히 가을 이사철이 돌아오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걱정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정부 내에서도 대출 규제 외에 여러가지 부동산 가격 규제가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9월 부동산 가격 지표와 주택담보대출 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높아질 경우 9월 중에라도 집값 상승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파급효과만 따지면 LTV 추가 하향,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주택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순으로 강도가 세다"며 "집값이 계속 오를 경우 정부가 규제 실효성과 경기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적절한 정책조합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