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노형 교수 | |
요미우리는 매년 한국인 코치 1명을 초청해 경비 일체를 부담해 연수시키기로 약속했다. 이번 재계약 협상에서 이 선수가 유일하게 제시한 조건인데 아주 흥미롭다.
이 선수의 정확한 연봉과 계약금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중심으로 이 선수의 재계약 협상을 분석한다.
이 선수의 내년 순수연봉은 6억5000만엔으로 알려져 있다. 요미우리 기관지 스포츠호치에 따르면 이 선수의 연봉은 1억6000만엔에서 무려 305%나 인상됐다. 이같은 인상 규모는 일본 프로야구 사상 최고 기록이다. 최저 6억5000만엔을 기준으로 매년 연봉협상을 하게 되므로 이 선수는 앞으로 4년간 최저 26억엔을 받게 된다.
이밖에 홈런 수 및 타율 등에 따른 보너스를 합하면 내년 수입은 8억엔에 이를 전망이다. 따라서 실제로 이 선수가 요미우리에 잔류해 4년 동안 받을 수입은 1936년 일본 프로야구가 시작된 이래 그 누구도 누려보지 못한 금액이 될 것이다.
요미우리는 실패의 위험을 줄이고자 외국인 선수와는 1~2년의 단기계약을 체결하는 관례를 깨뜨리고 이 선수와 4년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이 선수는 어떻게 이렇게 유례없이 좋은 조건으로 재계약 협상을 했을까.
이 선수의 연봉협상 기준은 요미우리의 중심 타자이자 3루수인 고쿠보 히로키의 연봉으로 알려져 있다. 고쿠보는 요미우리와의 재계약과 친정팀인 소프트뱅크 호크스로의 이적을 놓고 고민 중이었다.
요미우리는 고쿠보에게 2년간 7억엔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이 선수가 1년 계약을 원할 경우 고쿠보와 비슷한 수준인 3~4억엔 선에서 연봉이 결정될 전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쿠보가 소프트뱅크로 이적, 소프트뱅크 시절 달았던 등번호 9번을 돌려받고 4년간 12억엔과 보너스를 받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선수가 1년이 아닌 다년 계약을 할 경우 고쿠보보다는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이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됐다.
그런데 이 선수의 연봉이 고쿠보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인 것은 왜일까.
이 선수와 요미우리의 `최선의 대안`(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으로 설명 가능하다. 최선의 대안, 즉 BATNA는 `현재 하고 있는 협상의 결과가 이 협상을 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통해 얻을 결과보다 좋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선수의 BATNA는 좋았지만 요미우리의 BATNA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 선수는 요미우리의 잔류와 함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었다. 요미우리 잔류가 아니더라고 자신의 염원인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등 좋은 대안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3년 전과 달리 미국에서도 이 선수의 진가가 높이 평가되고 있었다.
그러나 고쿠보가 소프트뱅크로 이적하기로 결심한 이상 요미우리는 이 선수를 붙잡을 수 밖에 없었다. 올 한해 팀내 어떤 선수보다도, 다른 팀의 어느 선수보다도 훌륭한 성적을 거둬 상종가를 친 이 선수를 중심 타자로 앉히는 것 이외에 달리 좋은 대안이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요미우리는 2002년 말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즈로 이적한 마쓰이 히데키 이후 4번다운 4번 타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기에 이 선수에 집착했다. 또 최근 몇 년간 팀 성적이 부진해 경기 평균 시청률이 한 자릿 수로 곤두박질치는 등 요미우리 팬들의 이탈이 심해지고 있다.
요미우리 감독인 하라 다쓰노리도 이 선수의 재계약에 크게 기여했다. 구단주로부터 내년에 반드시 우승하라는 엄명을 받은 하라 감독은 이 선수가 꼭 필요했다. (고쿠보가 빠진 데 이어) 이 선수까지 빠진다면 요리우리의 우승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이렇듯 요미우리와 이 선수의 협상에서 누가 봐도 요미우리의 BATNA는 좋지 않았고, 이 선수의 BATNA는 좋았다. 그 결과, 이 선수의 재계약 연봉 기준은 고쿠보가 아니라 일본 프로야구 간판스타인 세이부의 알렉스 카브레라가 됐다. 카브레라의 연봉은 6억엔이다. 4년 장기계약으로 요미우리의 시름을 크게 덜어준 이 선수에게 요미우리는 내년 순수연봉으로 6억5000만엔을 흔쾌히 약속했을 것이다.
이 선수의 요미우리 잔류는 협상론의 관점에서 BATNA가 충실하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BATNA가 좋지 않았던 요미우리도 이 선수의 잔류로 나름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 선수의 기용으로 더 좋은 성적을 올리고, 더 많은 팬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선수와 요미우리의 협상은 `윈-윈`이다. 내년에도 이 선수의 활약을 기대한다.
박노형 고려대학교 법대 교수(wtopark@korea.ac.kr)
-現 KDI 국제정책대학원 갈등조정·협상센터 자문위원
-現 한국분쟁해결연구소 소장
-現 한국국제경제법학회 회장
-前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前 서울중앙지법 조정위원
-卒 미국 하버드 법대 법학석사 (LL.M)
-卒 영국 캠브리지대 국제법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