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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는 그간 돈이 있어도 쓰지 못하던 고질적인 재정 동맥경화를 해소하고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을 살리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고육책이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지역소멸대응기금 교부 지자체의 평균 집행률은 불과 50%대에 턱걸이하고 있다. 기금의 절반 가까이가 까다로운 용도 제한에 묶여 현장에서 돌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해 관광 예산이 1조 3000억 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유휴 재원만 관광 마중물로 돌려도 약 5000억 원이라는 거액을 지역 관광 생태계에 수혈할 수 있는 셈이다. 문체부 관광 예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가히 ‘특수’(特需)라 부를 수 있을 만한 재정적 기회다.
물론 돈이 풀린다고 해서 지역의 소멸 위기가 절로 걷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원의 외연이 넓어진 지금이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구태적 예산 낭비를 경계해야 할 엄중한 시점이다. 자칫 지자체들이 단기 성과에 급급해 관광객 유치용 일회성 쿠폰이나 할인 혜택만 남발한다면 예산만 축내 돈줄이 끊기고 그나마 있던 발길도 끊기는 이른바 ‘재정 루팡’들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장 시급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숫자 지상주의’와의 결별이다. 정부가 제시한 생활인구 지표에 매몰된 지자체들은 양적 통계에만 집착하기 쉽다. 관광을 통한 지역 활성화의 궁극적 종착역은 정주 인구 확보여야 한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뜨내기 여행객을 늘리기보다, 퇴락한 구도심과 상권을 복원해 사람이 모여 살 수 있는 자생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먼저인 이유다. 구도심 활성화라는 큰 그림이 전제되지 않은 투자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자생적 생태계 구축에 최우선 둬야
기금 실무 관리를 전담하는 심사 당국의 경직된 잣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행 심사 체계는 여러 지자체가 유사한 사업을 제안하면 이를 중복 사업으로 규정해 무조건 솎아내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특정 방송인의 미식 플랫폼 성공 사례를 너도나도 복제해 신청했다가 심사에서 대거 탈락한 전례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에 매몰돼 유사 사업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의 행정 편의주의에 불과하다.
그나마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지방재정공제회가 손잡고 지자체를 대상으로 관광 컨설팅에 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관광 생리를 모르는 행정 관료들의 탁상공론을 걸러내고 효과적인 예산 검증을 하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1조 원의 지역소멸대응기금이 지역의 골목상권을 살리고 도시 간 연계 효과를 극대화하는 장기적 혜안의 마중물로 쓰이기를 기대한다. 시기를 놓친 예산은 ‘처방전 없는 약봉지’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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