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한은이 연내 3%까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거래절벽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짙은 관망세 속에서 일부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하반기 집값 하방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10명 중 7명 “하반기 매매시장 하락”
24일 이데일리가 부동산 시장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 7명은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한동안 집값이 제자리에 머물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에서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로 무리하게 집을 사는 의사 결정은 어렵다”며 “저조한 주택 거래와 부동산 가격 약세장이 이어질 전망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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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전문가는 거래절벽이 최소한 연내까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보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차장은 “작년 4분기부터 급감하기 시작한 거래량은 하반기에도 정체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다”며 “높아진 가격과 거래비용 부담, 대출 규제와 정책 불확실성으로 적극적인 매수세가 나타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인만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거래는 부진할 수밖에 없다”며 “매수자가 자신의 상환 능력을 가늠하지 못하면서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별·입지별 가격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개발 호재가 있거나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하방경직성이 강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상황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거나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낙폭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하반기 하락장세 속에서도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클 것”이라며 “비강남, 비서울 지역의 하락세가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KB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한 곳은 성북구(-0.27%), 노원구(-0.17%), 서대문구(-0.09%)로 나타났다. 반면 용산구(2.41%), 서초구(1.81%) 등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노원구는 지난해 상반기 아파트값이 11% 오르면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던 곳이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는 단연 ‘금리’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All 100 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위원은 “5대 시중은행 평균 금리가 5월 기준으로 했을 때 연 4%대 초반이고 신용대출은 평균 금리가 연 4.8%를 넘어가다 보니 작년보다 이자 부담이 거의 두 배 이상 정도 늘었다”며 “작년까지는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많은 영향을 줬다면 올해는 금리 인상이나 물가 상승 등 거시적인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언 미래에셋증권 VIP컨설팅팀 부동산수석컨설턴트는 “올해 하반기 핵심 변수는 금리 상승이다”며 “대출 규제 완화도 이자 부담이 완화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시장 전망 엇갈려…‘월세 가속화’ 한목소리
하반기 전세시장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하반기 전세 시장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리 상승기에는 주택을 매수하지 않고 대기 수요로 전환하면서 전·월세 가격이 불안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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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우려했던 8월 전세대란이 없을 것이라는 정반대의 의견도 나왔다. 특히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은 추가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전세시장은 매매시장과 동조화로 약세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재언 부동산수석컨설턴트는 “전세시장은 입주 물량 영향이 크다”며 “대구, 부산 등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은 하향 안정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세시장에 대한 엇갈린 전망에도 ‘전세의 월세화’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냈다. 최근 들어 월세 거래량이 급증하는 게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의 전·월세 거래는 총 40만4036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월세가 59.5%(24만321건)를 차지해 전세 거래량(16만3715건)을 넘어섰다. 월세 비중은 지난 4월 50.4%(25만8318건 중 13만295건)로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전세 비중을 웃돌았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건수도 4만건을 돌파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6월 서울 아파트 월세(월세·준월세·준전세) 거래량은 4만2676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 3만4959건 대비 22% 증가했다. 김규정 소장은 “지표상으로는 전세시장도 변동성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오른 전세 보증금을 충당하지 못한 세입자가 주거 이전을 하거나 아니면 월세로 전환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며 “전셋값은 안정되더라도 대신 월세 지수는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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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 수석전문위원 역시 “지난해 5월에는 관악구, 금천구만 전세 거래량보다 월세 거래량이 많았는데 올해 5월에는 2개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웃돌았다. 서울 전역에서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입지가 좋을수록, 고가 주택이나 아니면 원룸이나 다가구 같은 주택 유형이 더 빠르게 월세화하고 있어 주거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