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주 4.3 평화공원은 비가 내렸던 지난해 추념식과는 달리 벚꽃 만개하기 시작한 맑은 날씨 속에서 방문객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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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은 1947년 3월 1일 좌파 진영이 주최한 3·1절 28주년 기념집회 당시 경찰이 집회 참가자에 대해 총을 발포하며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 발단이다. 이후 1948년 4월 3일 좌파 무장대가 경찰서를 공격하면서 소요사태가 발생했고, 이를 빠르게 수습하려던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강압적인 진압으로 수 만명에 달하는 제주도민이 희생 당했다.
윤 당선인은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으로서, 또 당선인 신분으로서 4·3 추념식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5일 제주를 방문해 당선인 신분이 되면 다시 오겠다고 약속한 것이 이번 참석의 시발점이 됐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좌우 대립 사건이라는 명목으로 4.3 사건을 무시했던 것과 달리, 윤 당선인은 보수 정권의 수장으로서 처음으로 이념적 갈등보다는 국민통합에 방점을 찍고 제주도민의 손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당선인은 “생존 희생자들의 아픔과 힘든 시간을 이겨내 온 유가족들의 삶과 아픔도 국가가 책임 있게 어루만질 것”이라며 “무고한 희생자들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고 아픔을 나누는 일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이어 “과거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74년이 지난 오늘 이 자리에서도 이어지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제주 4.3 평화공원이 담고 있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널리 퍼져 나가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도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추념식을 마친 뒤 윤 당선인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의미와 특별법 등 약속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에 나설 것인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그건 당연한 것 아니겠나”라고 답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의 4,3 희생자 추념식 참석으로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국정과제 추진이 차기 정부에서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 당선인이 4·3 공약 중 대표적인 것은 가족관계 특례 신설이다. 가족관계 특례가 만약 신설된다면 4·3 당시 실제와 다르게 오른 가족관계를 더 수월하게 수정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윤 당선인은 또 고령 유족에 대한 요양시설과 유족회 복지센터 지원, 트라우마센터의 국립센터 승격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올해 하반기부터 5년간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희생자 보상금 지급 절차도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윤 당선인이 추념식 행사만을 위해, 약속을 지키시기 위해 온 것”이라며 “사실 오전에 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사 발표가 있어야 했지만, 약속을 지키고, 또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영령을 기리는 게 당선인에게 더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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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추념식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SNS를 통해 제주 4.3 희생자에 대한 새 정부의 노력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의 4·3 특별법 제정, 노무현 정부의 진상조사보고서 발간과 대통령의 직접 사과가 있었기에 드디어 우리 정부에서 4· 3 특별법의 전면개정과 보상까지 추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아직 다하지 못한 과제들이 산 자들의 포용과 연대로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다음 정부에서도 노력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추념식에는 추모 메시지로 대신했지만, 재임 중 2018년, 2020년, 2021년 세 차례 추념식에 참석했다.
이날 추념식에는 윤 당선인과 김부겸 국무총리, 박범계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해 4.3 사건이 잊히지 않도록 역사의 증인이 되어준 생존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위로와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에 화답하듯 이날 추념식 행사장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인파가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특히 74주년을 맞이한 4.3사건은 이제는 잊었을 법한 어린아이들에게도 살아있는 역사였다. 이날 10살 정태윤군과 추념식을 방문한 김민경(43)씨는 “아들이 학교에서 4.3 사건에 대해 배운 후 추념식에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해 아이의 외증조 할아버지가 4.3사건의 희생자라는 사실을 알려줬다”며 “요즘 제주도에서 생활하는 많은 사람들도 4.3사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이 기회에 더 많이 알려지고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어머니 옆에 서 있던 정 군은 추념식에 온 기분이 어떤지에 대한 질문에는 수줍어하며 말 끝을 흐렸다. 그러나 정 군은 국화 한 송이를 집어 추모식 단상에 올려두고 자신의 외증조 할아버지를 향해 1분 가량 진지한 마음으로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