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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중국이 미국 동맹국들의 주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공식 신청했다. 미국과 영국, 호주가 3국 간 새로운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를 발족한 지 불과 몇 시간만에 이 같은 발표가 나왔다. 미국이 중국 공세를 한층 높이는 가운데 중국도 외국과 우호적인 경제 동맹을 구축해 대중국 포위망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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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왕원타오 상무부 부장(장관)이 데미언 오코너 뉴질랜드 무역장관에게 CPTPP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미국이 이탈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TPP는 CPTPP의 전신으로,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 7개국이 2016년 결성한 자유무역 협정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무역 관세를 없애고 경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미국은 지난 2017년 TPP 출범 1년만에 탈퇴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TPP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 주장하면서다. 이에 미국이 빠진 11개국은 2018년 12월 30일 원래 추진한 무역 조항들 중 일부를 보류하고 명칭을 CPTPP로 바꿔 새롭게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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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이같은 행보는 동맹과의 공조를 강화하려는 조 바이든 정부를 의식한 선수치기로 해석된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 CPTPP에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중국이 먼저 가입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 호주 세 나라가 중국 견제 수위를 한층 높이기 위해 오커스를 출범한 것도 중국이 CPTPP 가입을 서두르는 데 영향을 미쳤다. 오커스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사이버와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등 안보와 군사기술 협력을 골자로 하며, 호주의 핵잠수함 보유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북미와 유럽, 오세아니아를 잇는 대중 경계망을 만들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협정에 참여한 3개국을 두고 “과거 냉전시대 제로섬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점점 좁혀오는 대중 포위망에 중국은 외국과의 경제동맹을 맺어 상황을 타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CPTPP 가입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회원국 만장일치 동의해야 가입…호주 반발 예상
중국이 CPTPP에 가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 회원국을 받기 위해선 기존 서명국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하는데, 특히 지난 1년간 중국과 마찰을 겪어 온 호주가 적극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 호주가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중국을 조사할 것을 촉구하자 중국은 무역보복으로 응수했다. 호주 농산물에 관세를 부과하는가 하면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다.
나머지 회원국들도 중국의 정부 보조금 정책과 정보 차단 및 국내 노동조건을 둘러싼 불투명성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FT는 전망했다.
한편, CPTPP 가입에 관심을 보이는 건 중국만이 아니다. 지난 2월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도 CPTPP 11개 회원국과 무역 및 투자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태국도 참여에 의욕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도 복귀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경제계를 중심으로 CPTPP에 참여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CPTPP 참여국 경제규모 총합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 가까이 된다. 여기에 미국과 영국, 중국, 한국 등을 포함하면 50%를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