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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와 싸우는 미얀마인들을 응원하는 시민단체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정범래(55) 공동대표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미얀마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국제사회 내 고립”이라며 “우리의 외교적 위치에 걸맞게 난민 지원 같은 인도주의적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힘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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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시작된 이후 재한 미얀마인과 국내 시민단체들이 모여 지난 2월 6일 결성한 단체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은 주한 중국 대사관, 일요일은 미얀마 대사관 무관부 앞에 모여 미얀마의 군부독재 종식과 민주화를 응원하고 있다.
경기 시흥시 한 병원에서 영상의학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정 대표에게 미얀마의 암담한 상황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00년 미얀마에 여행갔다가 이 나라의 매력에 흠뻑 빠져 2001년부터 2007년까지 7년 동안 현지에서 살았다. 양곤외국어대 미얀마어과 1년 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지에서 PC방·여행사 등을 운영했다. 2015년에는 EBS ‘세계테마기행’ 미얀마편에 출연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이른바 ‘샤프란 혁명’으로 잘 알려진 미얀마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 정 대표는 “2007년 9월 24일 양곤 쉐지곤 파고다에서 ‘국민의 뜻대로 해주세요’라며 눈물로 호소하는 미얀마인들의 모습을 본 뒤 민주화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1987년 6·10 항쟁 당시 휴학생 신분으로 시위에 참여했던 기억도 났다”고 돌아봤다. 외신 기자가 없던 터라 당시 현장 사진과 영상을 국내 언론사에 공급했고 이 사실이 군부에 발각되며 수배를 받고 귀국했다.
시위 초반에 미얀마 유학생 비자 문제도 해결해주던 정치인들과 지금은 연락이 잘 안 된다는 그는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라며 “시위 중간에 일부러 찾아와 커피나 간식을 주며 응원해준 한국인의 모습이 그립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사태 초반보다 모금액도 현저히 줄었다”며“현실적으로 예전에 비해 동력을 잃긴 했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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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미얀마인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기자에게 보여주며 “미얀마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걱정을 내비쳤다. 정 대표가 보여준 SNS 메시지에는 “지방에 가 있는데 통신이 별로 좋지 않다”, “(사람들이) 매일 죽어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는 “미얀마는 현재 군부의 약탈과 여성 강간이 심해지고 있다”며 “특히 학교와 병원에서 폭발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데, 통신이 좋지 않아 한국에 있는 미얀마인들은 가족이나 지인 소식도 알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한편 단체는 현지 난민 급증에 따라 천막, 의약품, 식량 등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국제사회에서 미얀마 민주세력을 대표하는 민족통합정부(NUG)가 정통 정부로 인정받도록 꾸준히 홍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