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18일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 “금감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원들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있으며, 책임 회피성 발언만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원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국민과 정무위원의 심려를 끼친 점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동양 사태는 그룹 경영진의 부적절한 행태와 법적 규제 미흡에 따른 감독상의 한계 등이 결합돼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법적 규제 미흡이라는 말은 ‘책임회피성’ 발언”이라며 “금감원은 책임을 다 했는데 법규가 미흡하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도 “뭘 사과했는지 전혀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원장은 “금감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정무위원들은 이날 금감원과 금융위원회가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정무위가 의결을 해서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대적인 감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 원장은 “감사(여부)에 대한 문제는 언급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금감원 검사의 실효성 문제와 검사의 제재 시기 문제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최 원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이 고등학교 동기동창이어서 ‘봐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 원장은 박민식 의원이 “정 사장과 무슨 관계냐”고 묻자, “잘 알고 있지만, 금감원장에 취임한 이후에는 9월에 만난 게 처음”이라며 “(그 전에는) 동양그룹 문제로 만난 적이 없다”고 관련했다.
이와 관련, 최 원장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과 홍기택 산업은행장과 모인 자리에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기로 했느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만난적은 있지만 일반적인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얘기를 했다”며 이를 부인했다. 이에 정무위원들은 “동양 그룹 위기가 불거진 뒤 만났는데 동양 그룹 얘기를 안 한 것이 말이 되느냐”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편 최 원장은 이날 정무위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태도가 좋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 진땀을 흘렸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최 원장은 이번 동양 사태가 전임 원장의 문제이지, 내 문제는 아니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최 원장의 인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며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의)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정훈 정무위원장은 최 원장에게 “답변을 분명하게 하라”며 주의를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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