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지난 3월 말부터 세무조사 과정에서 조세범칙(검찰고발 수반) 혐의가 의심되는 2000만원 이상의 현금거래에 대해 FIU에 관련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그전까진 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통해 수익금액을 누락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탈세한 조세범칙 세무조사에 대해서만 정보요청이 가능했으나 이 요건이 완화된 것이다.
김재진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세청 국세행정위원회와 조세연구원 주최의 2012 국세행정 포럼에 참석해 `금융거래 중심의 과세인프라 확충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자금대출, 주식투자 등 돈만 오가는 금융거래가 증가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과세당국의 금융거래 접근권한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세청도 FIU의 혐의거래보고(STR) 뿐 아니라 고액현금거래보고(CTR)자료를 제한 없이 활용하고 세무조사 이전 단계에서도 정보요청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FIU가 매달 국세청에 탈세혐의가 의심되는 현금거래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2010년 기준 23만 6068건의 혐의거래보고 중 단 3%(7168건)만이 국세청에 제공됐을 정도로 미미하다. 고액현금거래보고는 혐의거래에 해당할 때에만 국세청에 보고돼 정보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FIU 정보를 100% 공유하는 호주 국세청(ATO)은 2009년 약 340만 건의 혐의거래와 고액현금거래보고를 활용해 약 310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우리나라 FIU정보는 약 692만 건으로 호주의 두 배에 달하기 때문에 이 정보를 활용한다면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형돈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김 정책관은 "금융거래의 기밀 훼손이나 과세관청의 정보남용 등에 대한 우려가 불식돼야 가능한 일"이라며 "상당기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세무조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병목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올바른 납세의식 형성을 위한 정책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세무조사 비율을 선진국(2010년 기준 법인 1.01%, 개인 0.10%→미국 1.33%, 0.24%) 만큼 늘리고 무기장 가산세를 20%에서 50%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박왕, 구리왕` 등의 전형적인 역외탈세자를 막기 위해선 소득세법상 거주자의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오윤 한양대 교수는 `최근 탈세의 실태와 효과적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거주자 기준을 국내에 183일을 체류했느냐 아니냐에 따라 구분하고 절세 등을 위해 조세피난처로 회사 등록지를 옮기는 행위를 방지하는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