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약정` 앞둔 대한항공, 항공기 도입 이상없나

안재만 기자I 2011.05.04 10:59:53

작년 호실적 불구 "재무구조 개선하라" 대상에 포함
올해 2.3조 투자계획 바뀔까 우려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한진그룹이 또 다시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 그룹에 포함되면서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003490)의 항공기 도입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 지 우려된다.

대한항공은 올해 차세대 항공기 A380을 첫 운항하는 등 `고품격 항공사`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었다. 올해 예상 투자액은 2조3288억원, 항공기 도입 계획은 18대로 잡혀 있다.

대한항공이 올해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건 작년 대폭적인 실적 개선으로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 하지만 부채비율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또 다시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피하지 못했고, 이에 볼멘 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 한진그룹, 작년 호실적 불구 `재무개선 대상 포함`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재무구조 평가 대상인 37개 대기업 계열군 가운데 금호아시아나, 한진, 동부, 대한전선, 성동조선, SPP조선 등 6곳이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대상으로 정해졌다.

대한항공이 새로 도입한 A380
지난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거부`했던 현대그룹은 올해 빠졌고, 애경그룹과 유진그룹은 재무구조가 나아진 덕분에 제외됐다.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포함된 그룹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진그룹이다.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한진해운이 작년 최고의 한해를 보냈기 때문.

대한항공은 작년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호실적을 거뒀다. 작년 영업이익 1조1192억원은 전년대비 7배 이상 늘어난 수치. 한진해운 역시 컨테이너선 호황 덕에 629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했다.

그러나 부채비율 탓에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피하지 못했다. 한진그룹의 작년 부채비율은 248.89%. 다른 대기업들이 100% 안팎의 부채비율을 보임을 감안하면 분명 높은 편이다.

다만 항공업, 해운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것이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도 많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의 항공사, 해운사들은 대략 400%대의 부채비율을 기록 중"이라며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은 높은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대한항공 "항공업 특수성 감안해달라"

그동안 주거래은행과의 관계를 감안해 재무구조개선 약정의 불합리함(?)을 강조하지 않았던 한진그룹이지만, 4일에는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이날 전경련이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초청해 연 경제정책위원회 자리에 참석한 이상균 대한항공 부사장은 "재무구조 평가기준이 항공산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며 "아무리 영업을 잘해도 부채비율이 높으면 재무개선약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정 기준이 최근 3년 즉 가장 실적이 안좋았던 금융위기 때의 실적을 반영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부사장은 또 "대한항공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1000억원 이상을 실현했고, 수송부문 1위, 여객 13위로 도약했지만 (항공산업의 항공기 구입 등의 구조상) 부채비율이 409%로 높아 약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점은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 올해 공격적 투자 계획 바뀌나?..회사측 "그렇진 않을 것"

한진그룹은 이달말까지 주거래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어야 한다.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그룹들은 자산 매각과 대주주 출자 등을 포함한 자구계획서를 구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대한항공의 공격적 투자계획이 보수적으로 조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다고 이미 잡힌 계획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로 얻게 되는 부정적 이미지가 더 타격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이 부사장은 경제정책위원회 자리에서 "대한항공은 지난 2009년부터 70대 정도의 항공기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MOU를 체결하면 해외시장에서의 자금조달 때 코스트가 늘어난다"고 염려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높긴 하지만 기업 자체에 문제가 없는 만큼 계획이 뒤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고유가 등 경영 환경이 악화된 만큼 금융권이 예상외로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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