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한국의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방안이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으며 효과적인 자본통제를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조치가 요구된다고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부활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과도한 외국인 채권투자 확대가 우리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FT는 정부의 채권투자 과세는 한국을 목표로 하는 외국인 투자 규모를 과소평가하는 함정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크레디트 스위스가 한국을 내년 아시아 이머징국가 중 최고의 투자처로 지목하고 모간스탠리 역시 최근 내놓은 아시아 투자전략에서 한국에 대한 익스포저를 늘릴 것을 권유하는 등 한국시장의 매력이 크게 부각되면서 한국 진출을 시도하는 자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일부 전문가는 채권 과세가 심리적인 영향뿐 아니라 한국 채권시장의 유동성에 장기적인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니콜라스 부르삭 아시아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 이사는 채권 과세 시행은 일본의 연기금과 같은 장기투자자들의 의욕을 꺾어 한국 국채의 씨티 글로벌 국채지수(WGBI) 편입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또 이번 과세 방안이 원화 강세를 예상하고 한국 국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을 다른 투자처로 눈을 돌리게 할 수 있다며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프레데릭 뉴먼 HSBC 아시아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채권투자 과세는 가장자리를 건드리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자본통제 수단이 강화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시아로 들어오려는 자금이 상당하다"며 "한국은 아직 브라질과 같이 주식투자 제한 등을 검토하진 않았지만 앞으로는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우리 정부 관계자들 역시 채권 과세 부활은 자본 통제를 위한 초기의 상징적 조치였다고 설명하고 대다수 투자자는 상호 조세협정에 의해 보호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