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두개의 화병이 나란히 서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병 사이로 사람의 옆얼굴 윤곽선이 보인다. 캐나다 작가 그레그 페이시(Greg Payce)는 이러한 착시현상을 주제로 작업을 해왔다. 그는 남녀 관계, 늙어감 등 좀 더 깊이 있는 주제를 가지고 착시 현상 도자 작업을 한다. 그의 작품은 23일 개막하는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 만날 수 있다.
개막을 하루 앞둔 22일, 본전시 3개의 주제전과 부대전시 2개 등 모두 5개 전시장을 둘러보았다. 본전시는 25개국 170여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본전시는 제 1 주제 <인공의 지평>전, 제 2주제 <오브제 그 이후>전,제 3주제는 <생활공예 프로젝트>로 꾸며졌고, 부대 전시는 국제공예공모전, 캐나다의 <하나 혹은 여럿>전으로 이뤄졌다.
전시투어는 제 2주제전→ 제 1주제전→ 국제공예공모전→ 캐나다전→ 제 3주제전 순으로 진행되었는데, 처음에는 마음에 끌리는 작품이 적었지만 전시장을 옮겨갈 수록 흥미진진해졌다. 이는 처음에 주제의식이 강하고 설명이 필요한 전시에서 점차 순수 조형미와 이국적인 멋, 생활과 접목된 공예작품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리라. 처음에 작품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서 주눅들거나, 흥미를 잃을 것까지는 없다. 예술감독 이인범 상명대교수는 "공예작품을 통한 사회적 발언 등 주제의식이 강한 제 2주제전의 몇 작품은 다섯번은 봐야 제대로 이해될 것이다."며 "처음 보고서 선뜻 다가오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예술 작품의 진가를 제대로 음미하려면 공부를 할 수밖에.
먼저 제 2주제전으로 가보자. 제 2주제전은 전통적으로 강조되어 온 잘 만든 물건으로서 공예 오브제를 뛰어넘어 다양한 생활세계에 개입하여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새로운 시도에 주목한다. 첫머리에 소개한 그레그 페이시의 작품도 여기에 속한다.
윤보현은 다양한 사회시스템에 의해 통제되는 개인과 개인의 자유, 집단의 문제에 관해 주목한다. 그의 작업 <그림자>는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조각난 신체들이 사각형의 틀에 매달린 채 램프의 상하 움직임에 의해 그림자로 벽에 비치고, 이 그림자는 실제와는 달리 온전한 신체이미지로 보인다.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들 그림자들을 통해 사회정치적 통제의 폭력성을 고발한다.
이윤주의 작품은 립스틱이 묻은 셔츠의 깃, 잉크가 묻은 윗주머니 등을 소재로 장신구를 만드는 유머와 위트가 돋보인다.
다음은 제1 주제전으로 가보자. 제 1주제전은 공예의 융합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피터 스톡만스(Pieter Stockmans)의 <1만개의 컵>은 흰색과 푸른색의 2가지 색상만으로 도자의 근본적인 미를 표현한다. 그의 이런 형식의 작품은 주로 교회나 성당에 전시된다. 엄청난 반복은 마치 기도행위를 연상시킨다.
국제공예공모전 전시장에 들어서자 시선을 옮길 때마다 멋진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계속 이어졌다. 제과점의 빵처럼 빚어놓은 항아리, 달마대사가 연꽃의 은은한 향기를 음미하고 있는 듯한 작품 등 25개국의 137점이 전시되어 있다.
캐나다 전시관은 화려한 색감과 세련된 디자인의 공예품이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역시 우리가 평소 접해보지 못한 이국적인 멋이 물씬 풍겼다.나무와 새가 그려진 컵,화려한 색상의 꽃들과 새가 새겨진 도자 우산, 카누에 실린 도너츠 모양의 도자 형상 등등.
캐나다 공예연합 행정사무처장 메간 블랙(Maegen Black)과 산드라 알폴디(Sandra Alfoldy)는 취재진을 맞아 열띤 목소리로 자국의 공예품을 설명하느라 신나는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 코스로 제3 주제전 <생활공예프로젝트>를 보기 위해 견본주택 형태의 전시관으로 향했다. 59·49·35평 등 평형별로 사는 사람의 특성을 설정하고 그 특성에 맞게 공예품을 전시하고 있다. 예컨데 59평형은 열린사고와 현대적 감성을 지닌 50대 중반 부부, 그리고 환경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20대 후반의 딸이 거주하는 공간이다. 48평에는 한국학을 전공하고 전승공예품을 좋아하는 40대 중반의 부부가 산다. 35평형 오피스텔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독특한 디자인 취향을 가진 30대 초반의 여성이 거주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공예작가 95명이 200작품을, 그리고 생활공예단체 12개팀 95명이 150여 작품을 각각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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