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도진기자] 토지·주택시장 불안의 주범으로 몰렸던 `천덕꾸러기`가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실물경기 부양의 `백기사`로 변신했다. 신도시 등 대형 택지개발 사업에서 풀리는 수조원 규모의 토지보상금 얘기다.
과거 토지보상금은 부동산 시장으로 재유입되면서 주변 토지와 주택 가격을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 이 때문에 막대한 규모의 보상금은 규제의 대상이 되어 왔다.
충남 연기군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대표적인 사례. 참여정부 시절 충남 연기군 땅값은 2003년부터 2006년 5월까지 72.1% 뛰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상승률 14.5%보다 5배가량 높은 것이다.
행정도시 지정을 전후로 투기성 수요가 몰리고 대체토지 매입 수요가 인근으로 확산되면서 땅값이 급격히 뛴 것. 지난 2007년 초 인천 영종지구에서 5조원규모의 보상금이 풀리기 시작하며 인근 땅값이 급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상금의 파급력은 인근 시장 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서울의 집값 상승세에 더욱 탄력을 주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국토해양부가 밝힌 참여정부(2003~2007년) 때 토지보상비 규모는 총 103조184억원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5년 8·31대책을 통해 토지보상금이 토지시장으로 흘러들어 땅값을 불안하게 만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물보상과 채권보상 등 대체수단을 마련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침체가 깊어지자 토지 보상금에 대한 인식은 180도 달라졌다.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개발 및 보상금 지급의 주체인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는 실물경기 부양의 한 방편으로 보상금 집행을 적극 활용할 뜻을 밝혔다.
토지공사는 올해 총 투자사업비로 작년보다 26.3%가 증가한 12조6996억원을 집행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으며 주요 사업으로 위례(송파)신도시와 화성 동(東)동탄신도시 등의 토지보상을 1~2개월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두 곳의 토지보상비는 각각 1조5000억원, 5조5000억원 규모로 잡혀 있다. 주택공사도 토지보상비로 5조8522억원을 예정해 뒀다고 발표했다.
보상금은 서울 마곡지구, 위례신도시, 동동탄 등 서울 인근에서만 올 3월까지 약 8조원가량이 집행될 예정이어서 시중 유동성 공급확대에 따른 시장의 기대도 적지 않다. 세제 유인효과(취득 등록세 감면) 등으로 보상금이 부동산시장으로 되돌아와 시장 침체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금융권 대출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보상금이 유입되면 시중 수요의 투자여력은 더 커지기 마련"이라며 "적어도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과 토지가격의 하락세를 어느 정도 제어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예전과 달리 정부 입장에서도 시중 유동성 공급확대 효과는 물론 보상 집행시 발생하는 양도세로 세수 확대 효과까지 동시에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보상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