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동엽 칼럼니스트] 미국 농촌이 변하고 있다. 미국 중서부를 몇 주동안 돌아보고 느낀 소회다. 미국 농업 중심지 아이오와, 위스컨신, 미주리, 일리노이 등에서 활력을 느꼈다. 90년대말부터 2000년대초까지 하이테크 바람으로 실리콘벨리에서 돈냄새가 났다면 이제는 에탄올 바람으로 미국 중서부가 돈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다.
아이오와는 시골 구석구석에 도로가 깨끗이 새로 포장되고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는 등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다. 옥수수, 콩 재배농가들은 에탄올 투자가로 변신해 너도나도 에탄올 공장을 짓고 있다. 이미 에탄올 공장에 투자한 농부 투자가들은 두 자릿수의 배당율에 싱글벙글이다.
올들어 미국 옥수수 생산량 가운데 26%가 에탄올 생산에 소모될 전망이다. 에탄올 생산에 사용되는 천연가스 가격도 많이 떨어져 에탄올 수익율이 상당히 좋아졌다.
대체연료로 각광받는 옥수수 열풍으로 옥수수 가격 폭등 우려가 있었으나 가격 상승폭은 완만한 수준에서 그쳤다. 많은 농부들이 너도나도 옥수수를 심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옥수수 벨트로 불리우는 미국 중서부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옥수수가 보였다.
몬산토와 같은 유전자변형 종자회사들이 수확량이 많은 개량 옥수수 종자를 개발해 농부들에게 보급한 것은 극심한 가뭄속에도 수확량이 감소하지 않은 근본 원인이 됐다. 새로 도입된 유전자변형 옥수수 종자는 거의 1세기만에 찾아오는 미국 중서부 가뭄에도 견디는 옥수수를 생산했다. 덕분에 밀을 비롯한 많은 곡물들이 가뭄으로 고전하고 있음에도 옥수수와 콩 수확량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유전자변형 옥수수 종자붐으로 인해 몬산토 주식은 수년내 10배 가까이 뛰었다. 본사가 있는 세인트루이스 크리브 코아에는 돈 잘 버는 회사 간부들을 위한 대규모 주택들이 무수히 들어서고 있다.
美 부동산 거품? 농지 수요는 늘어날 듯
최근 미국 부동산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일부 상업용 부동산과 농지는 주거용 부동산 거품과 무관하게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농산물 생산지역인 중서부 부동산이 그렇다.
중서부 지역에서는 에탄올 및 바이오디젤을 통해 부자가 된 농부들이 농지를 추가로 계속 사들이고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 농지를 임차해 옥수수와 콩을 추가로 재배하고 있기 때문에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중소규모 에탄올 회사 및 농업협동조합 뿐만 아니라 메이저 석유회사들까지 속속 바이오 연료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수요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세브론, 마라톤, 셀, 엑슨모빌 등등이 그 주인공. 이중 세브론은 연산 백만톤 규모의 바이오 디젤 공장을 건설중이다.
무엇보다 에탄올 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미국 연방 및 주정부, 의회의 대체에너지에 대한 강력한 정책적 지원. 에탄올 85%, 석유 15% 비율로 배합한 E85의 보급은 에탄올 및 옥수수에 대한 수요를 더욱 크게 늘릴 전망이다.
아이오와주는 E85 에 대해 개론당 25센트 세금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인디아나주 공화당 상원의원 루가와 아이오와주 민주당 상원의원 하킨은 2016년까지 미국 전체 주유소가운데 50%에서 E85를 파는 것을 명하는 법령을 제안했다. 바이오퓨얼 시큐러티 액트는 2010년 100억 개론, 2020년 300억 개론, 2030년 600억 개론의 재생가능한 연료를 생산할 것을 명했다.
美 농지 투자, 매력적+안정적
미국 농지는 원자재 관련 실물투자 가운데 한국인들에게 가장 편한 투자상품이다. 게다가 대체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더욱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농지 가격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농지 가격은 에탄올 옥수수 바람이 불기 이전부터 지난 20여년간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려왔으며 최근에는 농산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네브라스카는 1년만에 10% 급등했다.
투자가 입장에서 농지는 위험 분산 투자로 매력적인 대상이다. 투자자금 보존이 가능하고 투자수익이 꾸준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위험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예를 들어 2003년 중서부 옥수수 농지를 에이커당 2450달러에 샀다고 하자. 이를 농부들에게 임대하고 에이커당 200달러 이상을 농지임대료로 받았다면 임대차로 10% 가까운 수익을 올린 셈이다. 농지가격이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상당히 안정적인 투자대상인 것이다.
중서부 농지에 대한 수요는 옥수수, 콩 재배농부들로부터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풍력발전이 각광받으면서 미국 발전소들도 눈독 들이고 있다. 발전소들은 이 지역 농경지에 윈드팜(Wind Farm, 농지에 수십대의 대규모 풍력발전 터빈을 건설한 지역)을 설치하고 있다. 미국 발전소들은 지난해 풍력 발전량을 2400메가와트 늘렸으며 올해도 공급량을 3000메가와트 늘릴 전망이다.
한마디만 더. 한국 부동산 투자자금이 미국 부동산에 몰리고 있다. 미국 동부 및 서부 지역 주거용 부동산은 거품이지만 미국 농촌지역 부동산은 다른 이야기인 듯 싶다. 아이오와, 사우스 다코다, 네브라스카 등 미국 옥수수 벨트 농지 투자는 강냉이죽 먹던 시절을 기억하는 분들이 고려해 볼 만하다.
`한국인을 위한 원자재 실물투자 가이드` 저자 이동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