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9가 HPV 백신' 쓰는데…한국만 '4가' 무료 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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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영 기자I 2026.03.11 06:00:03

OECD 전부 9가 접종…예방률 90%
국내 52·58형 유병률↑…9가만 예방
1인당 20만원 추가…"장기 의료비 절감"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국내에서 무료로 접종하는 자궁경부암 백신(HPV,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이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백신보다 예방 효과가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마찬가지로 무료 접종 백신을 예방 범위가 더 넓은 백신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이재관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 국가예방접종에 사용 중인 HPV 백신을 현재의 4가 백신에서 9가 백신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가예방접종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정부가 무료로 백신 접종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질병관리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보건소와 위탁의료기관을 통해 사업을 수행한다.

HPV 백신도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돼 있다. 접종대상은 12~17세 여성 청소년과 18~26세 저소득층 여성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올해부터 12세 남아까지 국가예방접종 대상에 포함하는 등 HPV 접종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학회 측은 국가접종에 활용하는 백신이 여전히 4가 백신이라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HPV 백신은 4가 백신과 9가 백신으로 구분된다. 4가 백신은 4종의 인유두종바이러스를 예방하고, 9가 백신은 9종의 바이러스를 차단한다.

4가 백신은 자궁경부암의 약 70%를 예방하는 수준이지만 9가 백신은 HPV 52·58형 등 추가 유형까지 포함해 약 90%의 예방 효과를 보인다. 특히 국내에서는 9가 백신에만 포함된 52형과 58형의 유병률이 해외보다 높아 9가 백신 도입 필요성이 더욱 크다는 게 학회 측의 설명이다.

이재관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이 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안치영 기자)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용을 중단하고 있는 백신만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미 9가 백신 중심으로 국가접종 정책을 전환한 상태다.

2가나 4가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나 유니세프, 범아메리카보건기구(PAHO) 등 국제기구가 주로 예산이 부족한 국가에 무상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 이사장은 “미국과 영국, 호주 등은 4가 백신 사용을 중단하거나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9가 백신을 국가 예방접종에 활용하고 있다”며 “일본도 최근 9가 백신을 국가접종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학회에 따르면 OECD 국가 가운데 남녀 모두에게 4가 백신으로 국가접종을 시행하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다만 9가 백신을 전면 도입하려면 예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무료로 접종 중인 4가 백신의 정부 조달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정부 조달가가 6만 9000원 수준이었다.

반면 9가 백신은 의료기관에 약 14만 6000원에 공급한다. HPV 백신은 총 세 차례 접종해야 하는데, 9가 백신으로 전환할 경우 1인당 20만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예산 증가 등을 고려한 정부는 HPV 예방접종 확대 방안으로 남성 접종 확대 △접종 연령 확대 △9가 백신 도입 등을 함께 검토했지만 우선순위에서 남성 접종 확대가 먼저 시행됐고 9가 백신 도입은 뒤로 밀렸다.

이 이사장은 “비용효과성은 1~2년만이 아니라 장기간의 효과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 자궁경부암 발생이 감소하면서 의료비 절감 효과까지 고려하면 9가 백신 접종의 비용효과성은 충분히 입증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 국회 포럼 등을 통해 HPV 국가예방접종 확대와 9가 백신 도입 필요성을 계속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료=대한산부인과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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