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부 장관-경기 하남 주민들 2차 간담회
주거밀집지 아닌 곳으로 50만V 변환소 입지 재검토
“한전 쌈짓돈처럼 특별지원금 안 쓰게 내규도 개정”
“시간 끌지 않고 검토 뒤 다시 연락” 3차 간담회 시사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에너지 고속도로’(전력망 건설 국책사업) 국정과제 0순위 사업인 동서울변전소 증설(하남 변환소 신설)을 두고 입지 재검토에 착수, 대체 부지 방안을 검토한다.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초고압설비인 변환소 입지를 하남시 주거밀집지역이 아니라 팔당댐 인근에 설치하는 대안을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13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시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감일동 주민들과 비공개 2차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이 특정 지역을 언급하면서 이같은 대체 부지 검토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시간30분 가량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변환소 신설에 반대하는 감일동 주민들, 김 장관을 비롯한 기후부 관계자들, 한전 임원 등이 참석했다.
 |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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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은 “오늘 논의 과정에서 ‘(신설하려는) 변환소와 (기존) 변전소(345kV)가 꼭 붙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구나’를 새로 확인했다”며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보고 곧바로 연락 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팔당 등 다른 대안이 가능할까”라며 “확인해보겠다”면서 3차 간담회를 예고했다.
김 장관이 언급한 팔당은 한국수자원공사 수도권 수도건설사업단이 위치한 팔당댐(하남시 배알미동) 부근이다. 동서울변전소가 위치한 하남시 감일동에서 직선거리로 10km 안팎 떨어진 곳이다. 감일동이 4만명이 거주하는 주거밀집지역인 반면 팔당댐 인근 부지는 대부분 산림으로 구성돼 있다.
이같은 대안이 거론된 것은 김 장관과 주민들이 주거밀집지역이 아닌 곳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한전 계획대로 50만볼트 변환소가 하남시 감일동에 신설되면 4만명이 거주하는 주거밀집지역에 설치되는 것은 첫 사례가 된다. 이로 인해 전자파·소음·안전성·주거권 논란과 함께 ‘초고압 전력시설의 위험 부담을 특정 지역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동서울변전소와 신가평변전소 간 40km (전력망) 거리 사이에 주민들 아파트가 없는 한적한 장소가 없는가”라며 “변환소를 동서울변전소 부지 내에 만드는 게 아니라 동서울변전소와 신가평변전소 중간 어디에 만드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서철수 한국전력 전력계통부사장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답했다. 서 부사장은 김 장관이 ‘변전소와 변환소를 어느 정도 떨어뜨릴 수 있는가’라고 묻자 “송전선로 지중화를 고려하면 30km까지 가능하다”고 답했다. 전력 인프라 상황을 고려하면 변환소를 기존 동서울변전소 부지에 반드시 설치해야만 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
 | | 김성환 장관이 “동서울변전소와 신가평변전소 간 40km (전력망) 거리 사이에 주민들 아파트가 없는 한적한 장소가 없는가”라고 물었고, 관련 논의 과정에서 동서울변전소와 신가평변전소 사이에 있는 팔당댐 인근인 한국수자원공사 수도권 수도건설사업단 근처 부지가 대안으로 거론됐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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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동서울변전소가 위치한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왼쪽 붉은색)은 주거밀집지역인 반면 한국수자원공사 수도권 수도건설사업단(오른쪽 파란색 부분)은 대부분 산림으로 구성돼 있어 대체 부지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구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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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주민 측에선 동서울변전소에서 10km 안팎 떨어진 수자원공사 수도권 수도건설사업단이 위치한 팔당댐 인근 부지를 대체 부지로 우선 제안했다. 이 부지는 지난해 여름에 주민 측이 대체 부지 중 하나로 제안한 곳이다. 당시 한전은 신규 부지를 할 경우 행정절차·시일 소요 등을 이유로 동서울변전소 기존 부지를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팔당댐 인근은 상수원 보호구역에 해당해 환경 규제, 인허가 변수도 고려했다.
관련해 이규석 동서울전력소 증설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팔당댐 인근 부지는 용수 공급이 용이하고, 주민 민원도 적으며, 하남 지역이라 다른 지역과의 갈등도 없고, 기후부 산하기관인 수자원공사 인근 부지”라며 “갈등이 불거졌던 1년 4개월 전에 착수했다면 더 빨랐을 텐데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갈수록 전력 수요가 더 많아질 텐데 백년지계 (百年之計)를 생각해 넓은 신규 부지로 대안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 한 어린이가 지난 10월10일 경기도 하남시 동서울변전소의 50만볼트(500kV) 변환소 신설 및 특별지원금 지급에 반대하는 현수막 옆으로 걸어가고 있다. 김성환 장관은 특별지원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내규를 개정하기로 했다. 500kV 변환소는 국정과제인 ‘에너지 고속도로’ 관련 총길이 280km 동해안~수도권 HVDC 송전선로의 2단계 종착지다. 동서울변전소 증설반대 5자협의체에는 동서울변환소반대TF, 하남시청, 하남시의회,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하남갑 의원), 국민의힘 이용 전 의원(하남갑)이 참여하고 있다. (사진=최훈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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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김 장관은 부지 문제와 함께 갈등을 키워온 보상 체계에도 손을 대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한전 내규에 따르면 한전이 특별지원금을 임의로 쓸 수 있게 돼 있다”며 “사실상 국가의 역할을 대신하는 공기업인 한전이 특별지원금을 임의로 쌈짓돈처럼 쓰지 않게 하려고 한다. 특별지원금을 투명하게 집행하기 위한 한전 내규 개정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참조 이데일리 11월9일자 <“아이들은 ‘전력망 마루타’ 아닙니다”…추미애 하남 무슨 일?>)
김 장관은 국무총리 갈등조정위원회 회부나 중재위원회 신설 관련해서는 “대통령실에 민원을 제기해도 결국 그 민원은 그 문제를 직접 풀어야 하는 당사자들(기후부·한전)에게 온다”며 “이같은 (전력망) 문제를 해결하라고 기후부를 만든 만큼 동서울변전소 관련 문제는 기후부가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주민들의 안전권·생활권 가치와 기후부·한전의 안정적 전력공급 가치가 서로 충돌하고 있는데, 충돌 지점을 최소화하면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이같은 문제를 오래 끌지 않고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 (대안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