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인구학자 폴 몰런드 박사는 22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인구절벽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로’를 주제로 열린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한 한국의 합계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문화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영국 런던대학교 버크벡칼리지 연구원으로 세계적인 인구통계학 권위자로, 지난 2019년 책 ‘인구의 힘’(The Human Tide)을 펴내 지난 200년간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세계사를 탐구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영국 몰런드 전략서비스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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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높은 소득과 교육 수준을 보이면서도 출산율도 높은 이스라엘이 될지, (출산율이 낮은) 한국이 될지는 국가의 문화와 관련이 있다”며 “한국도 출산율을 높이고 싶다면 남성도 육아에 참여해 여성이 일하면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세상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몰런드 박사는 개개인의 문화가 바뀌면 저출산 문제는 물론, 농촌 공동화·도시 밀집화 현상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 구성원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게 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면 거주지로 물가가 비싼 서울보다는 지방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지방에선 소득이 줄긴 해도 아이를 키우는 비용이 덜 들어가 아이를 2~3명 낳을 수 있다”며 “한국인들이 서울에 모이는 건 일을 더 우선하기 때문인데, 가족을 우선한다면 집을 구하기 힘든 서울보다는 지방을 선택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몰런드 박사는 문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적 조언을 꺼내기도 했다. 그는 “프랑스나 쿠바는 자녀가 많을수록 세금을 덜 낸다”며 “자녀가 없는 가정에서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이른바 ‘무자녀세’(Childless Tax) 도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출산율 증대란 측면에서 이민은 인구 문제의 장기적 대안은 되지 못하리라고 내다봤다. 그는 “독일 등 선진국에 온 이민자들을 살펴보면 처음엔 출산율이 높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출산율이 점점 떨어졌다”며 “이민은 임시 대책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몰런드 박사는 ‘미래 기술로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 가능성’을 묻는 청중 질문에 대해 “여전히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처럼 사람이 하긴 굉장히 쉽지만, 로봇이 하긴 어려운 작업이 많다”며 “당장 50년 안에 인간 노동이 필요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