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6개월이 지난 현재, 러시아와 중국은 우호 관계를 더욱 다지고 있다. 대표 권위주의 국가인 두 나라는 각각 우크라이나와 대만에서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을 진행중이거나 시도하고 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두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33%로 1980년대 20%에서 크게 확대,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이나 존재감도 커진 상황이다.
이에 맞서 미국 주도로 서방 진영도 새로운 블록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14개국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쿼드(미국·인도·호주·일본 안보협의체), 반도체 동맹 칩4(미국·일본·대만·한국) 등이 대표 사례다.
미국과 유럽은 반도체를 비롯한 하이테크 기술이 러시아·중국의 미사일과 전투기 등에 사용되는 것을 우려해 수출금지 등의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에너지와 원자재, 식료품 등을 무기화하고 있고, 중국은 상응하는 수출금지 조처 등으로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방은 중국의 생산기지를 우호국으로 옮기는 프렌드 쇼어링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말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깊고 다양한 관계를 구축하고, 공급망을 다양하게 하고, 서로의 경제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업들이 그동안 구축했던 공급망을 통째로 뒤흔드는 것이어서 대가로 치러야 할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닛케이는 고집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국제 사회가 현 상태로 두 블록으로 쪼개져 글로벌 공급체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면 약 4조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대략 4조달러, 일본 전체 경제 규모와 맞먹는 규모다.
공급망 악화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사태에서 겪었던 것처럼 소비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미국 애플의 경우 전 세계 6대륙 40개국에서 아이폰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모든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긴다고 가정하면 아이폰 가격은 현재의 2.5배 수준으로 비싸진다.
아울러 러시아를 배제한 경제 체제에선 인플레이션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이젠 자원 배분도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나 이데올로기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닛케이는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 선진국 진영과 중국·러시아가 주도하는 신흥국 진영 간 분열이 심화하며 국제 사회가 크게 둘로 쪼개지고 있다”며 “세계화를 위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마저 이제는 서방과 중·러가 서로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