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거짓 편지 쥐여주고"...北피격 공무원 아들, 尹에 감사 편지

박지혜 기자I 2022.06.17 12:07:5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북한군 피격 공무원’ 이모 씨의 아들(19)은 새 정부 판단이 문재인 정부 때와 달라진 것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에 감사 편지를 전했다.

이 씨의 부인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들 이모 군의 편지를 대신 읽어내려갔다.

이 군은 “긴 시간 전 정부를 상대로 안 해 본 게 없을 정도로 수없이 좌절하며 이렇게까지 살아야 되는지 고민했었음을 부끄럽지만 고백한다”며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아버지는 월북자로 낙인 찍혔고 저와 어머니, 동생은 월북자 가족이 되어야 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아버지도 잃고 꿈도 잃었고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또래 친구들이 누리지 못했고 스무 살의 봄날을 누리지 못 했다”고 덧붙였다.

이 군은 “한 국민이 적에 의해 살해당하고 시신까지 태워지는 잔인함을 당했지만 그 일련의 과정에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해 비난받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저는 점점 주눅 들어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31일 날 (윤 대통령을) 만나 뵈었을 때 꿈이 있으면 그대로 진행해라라는 말씀이 너무 따뜻했고 진실이 규명될 테니 잘 견뎌주길 바란다는 말씀에 용기가 났다”고 덧붙였다.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내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살 공무원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군은 “대통령님 저희 아버지 이름은 이대준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닙니다”라며 “세상에 대고 떳떳이 밝히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 씨 부인은 이 부분을 읽으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이 군은 “직접 챙기겠다, 늘 함께 하겠다는 거짓 편지 한 장 쥐여주고 벼랑 끝으로 몬 게 전 정부였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재작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가 자진 월북하다가 변을 당했다고 밝혔던 해경이 전날, 2년 만에 수사 결과를 스스로 뒤집었다.

조사 결과 자진 월북했단 증거를 못 찾았다며, 이전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다만,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선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앞서 이 군은 사건 발생 한 달 뒤인 2020년 10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저와 엄마, 동생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달라”라며 편지를 보내 아버지의 자진 월북설을 반박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군에게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직접 챙기겠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지만, 정부는 이 군 등 유가족의 정보 공개 요구를 거부하며 소송전을 벌였다.

또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에 관련 정보를 최장 15년간 비공개 되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했다. 이에 이 군은 문 전 대통령의 답신을 반납했다.

이 군은 올해 3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에게도 편지를 전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북한에 의해 죽임을 당한 고인의 명예를 되찾아 드리겠다”며 “남은 가족은 남편과 아버지의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월북자’의 가족이 돼버렸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 군을 포함한 이 씨 유족과 면담하는 자리도 가졌다.

한편, 윤 대통령은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새 정부 판단이 문재인 정부 때와 달라진 것을 두고 민주당 일각에서 비판이 나온 것과 관련해선 “뭐가 나오면 맨날 그런 정치 권력적으로 문제를 해석한다”고 맞받았다.

윤 대통령은 “내가 선거 때도 대통령이 되면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 그 유족을 만나지 않았느냐”며 “그리고 (유족 측) 정보공개(청구 소송)에 대해 정부가 계속 항소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했기에 항소를 그만하게 된 것이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기록물로 ’봉인‘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있겠냐는 질문엔 “내가 직접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유족) 당사자도 더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하지 않겠느냐. 거기에 따라 진행되겠죠. 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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