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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1000억원을 호가하는 초호화 주택이 잇달아 매물로 나오면서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리스티 국제부동산회사에 따르면 전세계 매물로 나온 1억달러(약 1180억원) 이상인 고가 주택은 27채로 지난해 19채에 비해 42% 증가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4년 12개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서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는 명품 패션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피에르 가르뎅의 저택도 포함돼 있다. 프랑스 리비에라 지중해 연안 지대에 위치한 이 저택은 ‘르 팔레 뷸’(Le Palais Bulles·버블팰리스)로 불리며 핑크색 외관에 공기방울이 겹쳐져 있는 모습으로 유명하다. 이 저택은 4억5000만달러(약 5310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공식 매물 외에 비공식적으로 주인이 매각 의사를 밝힌 주택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적으로 40~50채에 달할 것으로 중개업자들은 보고 있다.
전반적으로 고급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1억달러 이상 초고가 주택 매물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가격 상위 5%에 속하는 주택 가격은 올해 1분기 1.1% 하락했다. 나머지 주택 가격이 4.7%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대부분 투기성이 강한 투자자들이 초호화주택을 짓고 판매하면서 거품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나단 밀러 밀러 새뮤얼 대표는 “1억달러 이상 주택 판매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가 이 같은 집이 더 이상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봐야할 때”라며 “이 시장은 그렇게 수요가 있는 시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크리스티를 통해 전 세계에서 1억달러 이상인 집은 단 두 채 거래됐다. 하나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구입한 9455평방피트(약 266평) 규모의 홍콩 주택이었고, 또 하나는 1억3200만달러에 팔린 런던 타운하우스였다.
올해에는 7억달러에 나온 미국 텍사스주 목장과 1억달러에 나온 댈러스 주택이 판매됐지만 실제 거래가는 공개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기 직전에 1억달러 이상 초호화 주택 매물이 갑자기 늘었다가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에는 4채만이 매몰로 나왔다. 이 중 한채만 1억달러에 근접한 가격에 팔렸다. 현재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팜 비치에 보유하고 있는 주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트럼프가 이 집을 1억달러에 내놨지만 9500만달러에 판매됐다.
영국 서레이에 위치한 방 103개짜리 저택은 1억3800만달러에 나왔지만 2011년에 절반도 안되는 5000만달러에 팔렸다. 몬태나주 옐로스톤클럽에 지을 예정이었던 통나무 주택은 1억5500만달러에 분양을 시도했지만 지어지지 못했고 땅만 1000만달러에 넘어갔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매매가 성사된 1억달러 이상인 집은 15채로 이중 5채 거래가 2014년에 이뤄졌다.
밀러 대표는 “천정부지의 가격을 제시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이런 가격에 내놓으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긴 하겠지만 실제 팔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거품 신호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일부 중개업자들은 초호화주택 구매는 피카소나 모딜리아니의 작품을 소장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 1800명이 넘는 억만장자들은 부동산을 주식이나 예술품보다 더 안전한 자산으로 본다는 것.
댄 콘 크리스티 국제부동산회사 최고경영자(CEO)는 1억달러 이상 주택 매물 27채 중에 3분의 1은 1억달러를 못 받겠지만 3분의 1은 그 수준을 받을 것이고 나머지는 1억달러 이상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버블 신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 세계 부(副)는 늘고 있고 신축 건물의 질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