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시장선도의 상징 중 하나로 여겼던 게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였다. OLED TV는 LCD TV에 이어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TV 산업의 또다른 패러다임으로 평가되는 제품군이다. 이날 LG전자는 경쟁사인 삼성전자보다 한 발 앞서 55인치 OLED TV 예약판매에 들어갔다. 구 회장이 지난해 OLED TV를 직접 지목하자 시장선도에 대한 전자 계열사의 긴장감은 더 높아졌고, 그것이 고스란히 결과로 나타났다.
구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OLED TV 최초 출시에 대해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앞서 실제 판매에서도 시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질 높은 시장선도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 수장인 구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있으니까 내놓는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시40분쯤부터 시작된 본행사에서도 구 회장의 시장선도론은 계속됐다. 그는 그룹 계열사 임원 400여명 앞에서 “올해는 세계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시장선도 제품을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 회장의 발언은 사내방송을 통해 전국의 각 계열사 사무실과 사업장에서도 생중계됐다. LG 또다른 고위임원은 “새해 들어 다시 조직을 다 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구 회장은 “올해 화두는 시장선도와 철저한 실행”이라면서 “상품의 완성도에 있어 이 정도면 제법 괜찮은 수준이라 생각하고 멈춰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을 다해 세계 최고의 성능을 구현해야 한다”면서 “고객 만족을 넘어 감탄을 자아내는 제품을 선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세대 OLED TV를 가장 먼저 출시하긴 했지만, 그가 느낀 위기감 역시 높았다. 구 회장은 “경쟁사보다 나은 상품으로 시장의 판을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시장을 선도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자성한 뒤 “새로운 기회라 여겼던 중국·인도 등 신흥 시장의 성장마저 둔화되고 있어 향후 경영환경은 더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LG만의 조직문화를 구축하자는 의지도 담았다. 구 회장은 “한번 결정된 것은 모두의 힘을 모아 집요할 정도로 철저히 실행해 반드시 성과로 연결시켜야 한다”면서 “또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문화가 정착되게끔 명확히 역할을 부여하고 과감히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