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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환율폭등 주도하는 역외시장, 역외세력의 의미

손동영 기자I 2000.11.21 18:55:37
진념 재경부장관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외환 역외시장에서 일종의 비정상적 움직임이 있다"며 "시장원리를 벗어난 조작이나 투기가 있을 경우 별도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외시장의 비정상적 움직임에 대응할 태세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달러/원 환율이 1172원까지 폭등한데는 역외세력의 강력한 달러매수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특히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환율이 국내종가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폭등하고 그 결과가 다음날 국내 외환시장을 강타하는 현상이 반복되고있다. 외환당국도 역외세력의 달러매수가 판을 치는 역외선물환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역외선물환(NDF, Non Deliverable Forwards)시장이란 한국국제금융연수원 이두희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원에 대해 외환익스포저(Exposure)를 가지고있는 해외투자자들이 적절한 환율위험관리를 위한 방법을 찾고있던 중 세계적인 외환브로커인 프레본 야마네가 97년초부터 달러/원의 현물환 및 선물환 거래의 중개를 홍콩과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실시하기 시작했다. 해외투자자들은 현재 NDF시장을 통하여 24시간 달러/원의 현물환, 선물환 가격 체크 및 딜링이 가능하다. 국제외환시장의 시장지배자역할을 하고있는 주요 국제상업은행들, 예를 들면 체이스. 씨티, 아멕스, HSBC, 크레디리요네등도 한국데스크를 통해 24시간 달러/원의 가격을 전해주고있다. 역외선물환 시장에서는 달러나 원화의 현물이 없으므로 만기때 차액만 결제하는 방식으로 정산한다. 그래서 차액결제선물환 시장으로도 불린다. ◇역외세력이란 역외세력이란 한마디로 "非거주자"다. 증시의 "외국인투자자"와 같은 의미. 역외세력은 역외선물환시장(NDF)에 참가할 수도 있고 국내 외환시장에 참가할 수도 있다. 대개의 경우 역외세력은 달러현물시장보다는 선물환시장에서 리스크헤지를 한다. 국내에 들여온 달러를 환전해 원화로 국내주식에 투자할 때 미래의 환차손에 대비, 선물환을 사놓는게 일반적이다. 종전까지는 원화절상, 즉 환율하락을 예상하고 별다른 리스크헤지를 하지않았는데 최근 환율이 급등하자 서둘러 선물환을 매수하고있다. 그들이 국내은행 특히 외국계은행에서 달러선물환을 매수하면 해당은행은 이미 팔아놓은 달러선물환의 리스크를 다시 헤지하기 위해 현물환시장에서 달러를 사야한다. 이런 경로를 거치게되면 역외세력의 달러매수는 결국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매수로 이어지게된다. 이 과정은 대부분 시차를 두지않고 동시에 이루어진다. 역외세력은 국내외환시장이 열리지 않는 시간엔 역외시장 즉 NDF를 이용한다. ◇역외시장, 역외세력 왜 문제인가 진념 장관은 최근 역외시장에서 환율이 급등하고 국내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현상에 대해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역외시장의 역외세력이 투기적으로 달러를 매수해 환율을 끌어올리고있다는 인식을 갖고있는 것. 실제로 시중은행 딜러들에 따르면 역외세력의 달러매수세는 환차익을 챙기려는 투기적 매수가 적지않다. 그러나 역외세력 매수의 또 다른 측면은 환리스크 헤지에서 찾아야한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지금 외환시장에는 환율급등 추세에 맞춰 리스크헤지차원에서 달러를 매수하는 세력이 많고 그들과 투기적 매수세력이 뒤섞여있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일방적으로 투기세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당국 어떻게 대응할까 진념 장관은 이날 "시장원리를 벗어난 조작이나 투기가 있을 경우 별도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별도의 대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외환시장 참가자들도 궁금해하는 사항이다. 그러나 시중은행 한 딜러는 국책은행을 통해 역외선물환시장에 달러를 내다팔아 환율폭등세를 잡을 가능성을 높게 본다. 그는 “역외선물환시장에서 밤사이 거래되는 규모는 1억달러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역외세력의 달러매수세가 강하다고 해도 정책적인 달러매도가 집중될 경우 환율은 쉽게 하락쪽으로 반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개입여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새로운 달러수요가 돌출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그동안 눈에 띄지않던 달러수요가 새로 생겨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환율폭등에 따른 원리금상환 부담을 덜기위해 달러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원화로 환산한 외화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넋놓고있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달러지출을 가능한 한 늦추고 받아야할 달러는 서둘러 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이른바 리딩(leading)과 래깅(lagging)이다. 환율이 유리한 방향으로 신용장의 네고나 결제를 당겨주거나 늦추어 주는 기법으로 기업들이 환위험을 관리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중 하나다. 달러화의 강세를 예상하고 달러 수출신용장의 네고(nego)는 가능한 한 늦춰 원화절하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반대로 달러 수입신용장의 결제는 서두르는 것이다. 외환시장은 이래저래 어려운 상황을 맞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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