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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에서 온 편지]존경받는 나라와 K-주소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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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기자I 2026.09.18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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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츠나와, 1966년 대규모 다이아몬드 광산 발견 이후
'피묻은 다이아몬드' 유통 막기 위해 주도적 역할
다이아 의존 속에도 '청렴 정부' 위한 비전 2036도
한국 주소체계 관심 보이며 '국토 재설계' 학습 의지

[윤상욱 주남아공총영사] “내가 살아보았고, 존경하게 된 나라였기 때문이다.”

영국 소설가 매콜 스미스가 2009년 보츠와나에 대해 한 말이다. 인간미와 공동체 윤리를 다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그가 존경한 나라가 바로 남부 아프리카의 보츠와나다.

그 이유는 현대사와 전통에서 찾을 수 있다. 1966년 독립 당시 최빈국이던 보츠와나는 이듬해 대규모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했다. 세레체 카마 정부는 이를 특정 부족이나 지역이 아닌 국민 전체의 자산으로 만들고, 그 수입을 학교·병원·도로와 공공서비스에 투자했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가 ‘자원의 저주’에 시달렸지만 보츠와나는 이를 피해왔다. 학자들은 그 배경으로 전통에 주목한다. 마을 공개회의장인 코틀라(kgotla)에서 부족장과 주민이 함께 의견을 교환하고, “나누지 않고 혼자 먹는 것은 입으로 욕하는 것과 같다”는 속담처럼 공동체와의 나눔을 중시해왔다. 독립 이후 내전과 군사쿠데타 없이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어온 것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드문 성취다.

보츠와나는 ‘피 묻은 다이아몬드’의 유통을 막기 위한 킴벌리 프로세스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2006년과 2022년 의장국을 맡았고, 2024년에 출범한 상설 사무국도 유치했다. 보츠와나 광물장관은 보츠와나의 다이아몬드에는 단 한 방울의 피도 묻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국제투명성기구의 2025년 부패인식지수에서도 보츠와나는 세계 41위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최상위권이다. 2014년 유엔 사무차장 역시 보츠와나의 ‘선정과 민주주의, 법치에 대한 헌신’에 경의를 표했다. 소설가 매콜 스미스가 표했던 존경과도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미래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지나친 다이아몬드 의존 때문이다. 독립 50주년이던 2016년 대통령 이언 카마는 ‘다이아몬드는 영원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의 장기 하락, 중국 수요 둔화, 인공 다이아몬드의 성장은 그 경고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이에 보츠와나는 새 각오를 다지고 있다. 오는 9월 30일 독립 60주년을 맞는 보츠와나는 독립 70주년까지 경제 다변화, 디지털 전환, 청년 일자리, 더 효율적이고 청렴한 정부를 이루겠다는 ‘비전(Vision) 2036’을 내놓았다.

흥미로운 것은 보츠와나가 한국의 K주소 체계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K주소는 단순히 지번을 도로명으로 바꾼 제도가 아니다. 도로를 일정 간격으로 나누어 건물번호를 부여하고, 건물·시설물·공원·산악지점 등의 위치를 디지털 좌표와 연결해 행정, 물류, 응급구조, 재난대응, 내비게이션과 전자정부가 함께 활용하는 국가 공간정보 인프라다. 독립 당시 한반도의 약 2.6배 넓이의 국토에 인구 35만 명에 불과했던 보츠와나는 이제 220만 명을 훌쩍 넘었다. 국토의 효율적 관리가 그만큼 중요해졌다.

보츠와나는 이미 2012년 한국의 ICT와 전자정부를 벤치마킹했고, 이후 전자조달과 디지털 행정 경험도 배워왔다. 그런 나라가 국가 대전환을 설계하며 한국의 주소·공간정보 체계에 눈을 돌리는 것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대부분 개도국이 투자 유치에만 매달리는데, 보츠와나는 국토의 재설계에 관해 배우려 하고 있다.

3·1독립선언에는 우리 민족이 문화와 기술을 발전시켜 인류에 기여하겠다는 소망이 담겨있다. 한 세기 뒤, 우리의 음악, 스토리, 음식, 그리고 ICT가 그 소망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이제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탤 수 있을 것이니 바로 K주소가 아닐까 한다. 갑오경장 때의 주소체계를 백 년 만에 혁신했던 경험이 독립 60주년을 맞은 보츠와나의 국가 대전환에 힘을 보태기를 기대한다.
윤상욱 주남아공총영사[외교부 제공]
윤상욱 주남아공총영사[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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