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4억배럴 방출에도 유가 4%급등…뉴욕증시 혼조[월스트리트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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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6.03.12 06:06:55

이란 호르무즈 선박 위협…공급 불안 지속
WTI 4% 급등하며 87달러 돌파…에너지주 강세
전쟁發 물가 재자극 우려에 국채금리 상승
기술주 선방 속 나스닥 소폭 상승 마감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사상 최대 규모 전략 비축유 방출에도 공급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도 약해졌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AFP)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61% 하락한 4만7417.2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08% 내린 6775.80을 기록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반도체주 상승에 힘입어 0.08% 오른 2만2716.14로 장을 마감했다.

이란, 호르무즈 선박 공격…불확실성 여전

이날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물가 지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전쟁 관련 뉴스에 반응하며 등락을 반복했다. 투자자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 충돌이 확대될 가능성과 그에 따른 에너지 공급 충격에 주목했다.

국제유가는 다시 큰 폭 상승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날 4.6% 상승하며 배럴당 87.25달러를 기록했고, 브렌트유도 4.8% 올라 약 91.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이란은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밝히며 공급 차질 우려를 진정시키려 했다.

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4억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전쟁에 따른 공급 충격을 완전히 상쇄하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엘렌 젠트너 모건스탠리 자산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비축유 방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유가 상승 위험이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연준이 금리 인하에 더욱 신중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실제 유가 상승은 채권시장에 부담을 줬다. 미 국채 가격은 하락했고 금리는 급등하고 있다. 글로벌국채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9.8bp(1bp=0.01%포인트) 상승한 4.234% 수준까지 치솟았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도 8.6bp 뛴 3.655%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 횟수가 한 차례에 그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2월 소비자물가 안정적이었지만…이란전쟁 관건

이날 발표된 물가 지표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긴 했지만, 이란 전쟁 전 수치라 시장은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미 노동부는 이날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와 같은 수준이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했고 전년 대비로는 2.5% 올랐다. 연간 기준 상승률은 전달과 동일하며 약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시장은 해당 지표가 중동 전쟁 이전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 유가 급등이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을 다시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브라이언 제이콥슨 애넥스 자산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월 인플레이션 지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지만 중동 분쟁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시마 샤 프린시펄 자산관리 전략가도 “투자자들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전쟁이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며 “연준은 과거 에너지 가격 급등을 일시적 현상으로 간주하기도 했지만 최근처럼 물가가 장기간 목표치를 웃돈 상황에서는 그렇게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발표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도 주목하고 있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PCE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금리 인하 시점은 더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의 정책 경로를 둘러싼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게이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이르면 6월 금리 인하를 재개할 수 있지만,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지속될 경우 인하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오라클 매출전망 상향에 9.2%↑…마이크론 3.9%↑

기술주는 비교적 선방했다.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확대 기대 속에 매출 전망을 상향하면서 주가가 9.2% 급등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3.9%) 등 반도체주도 상승하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를 지지했다.

반면 금융주는 약세를 보였다. JP모건이 사모대출(private credit) 관련 대출 평가를 낮추고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관련 업종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아레스 매니지먼트는 4.8%, 아폴로 글로벌은 1.9% 하락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식품업체 캠벨이 연간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7.1% 급락했다. 방산업체 에어로바이런먼트도 올해 실적 전망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6.3% 하락했다.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는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이다. 매튜 키터 키터그룹 매니징 파트너는 “현재 시장은 어느 방향으로든 확실한 신호를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쟁 관련 뉴스나 잘못된 정보 하나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은 유가 급등이 소비자 지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라며 “에너지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소비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도 문제지만 고용 충격도 관건...스태그 우려

투자자들은 이제 연준의 통화정책뿐 아니라 고용과 물가 흐름이 동시에 둔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척 칼슨 호라이즌 투자서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은 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보다 고용 상황을 더 우려할 가능성이 있다”며 “에너지 가격 충격을 일시적 요인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하지만 이란은 휴전을 위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향후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란이 미 서부 해안을 겨냥한 공격용 드론 사용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공급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남부 해상 유전의 생산 재개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냉전 시기 제정된 국방물자생산법(DPA)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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