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빛나는 확장 경영..19년차 SW회사의 글로벌 공략법

김현아 기자I 2025.01.01 15:53:54

한수진 유컴패니온그룹 회장 인터뷰
코로나 때 100명 직원 뽑은 사연
라오스와 모빌리티 신사업으로 글로벌 진출
세상을 변화시킬 100가지 일 만들겠다
현재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직업관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2025년 새해가 시작됐지만, 한국 경제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수출 둔화 여파로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탄핵 사태까지 더해져 추가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수진(49) 유컴패니온그룹 회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큰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유컴패니온그룹은 대중에게는 다소 낯설지만, 2006년 개인사업자로 시작해 1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정보기술(IT)서비스 회사다.

이 회사는 이용자 경험(UX)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기업과 대학, 공공기관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해왔다. IT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올해부터 라오스를 거점으로 동남아 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한수진 유컴패니온그룹 회장


위기 속 확장 경영, ‘직업 의식’으로 회사 이끌다

국내 창업기업의 5년차 생존율이 29.2%(2023년 6월, 대한상의)에 불과한 상황에서, 19년간 소프트웨어(SW) 기업을 이끈 비결이 궁금했다.

한수진 유컴패니온그룹 회장은 지난달 3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대 초 IT 산업이 급성장하던 시기에, 이 분야에서 사업하면 최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생겨 회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과 뉴미디어 콘텐츠를 전공한 그는 23살 때부터 창업을 꿈꿨다고 한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한 후 네 번의 큰 위기를 맞았다. 이 때 그가 택한 것은 확장 경영이다. 한 회장은 “위기를 겪으면서 기다리기만 하면 결국 망한다”면서, “코로나로 기업들이 IT 프로젝트 발주를 거의 하지 않던 전쟁 같은 상황에서도 회사 규모를 키우기 위해 무조건 100명을 뽑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그는 2년 동안 세 달에 하루 정도만 쉬며, 직접 운전한 차 안에서 영업 전화를 돌리며 현장에 나가 회사를 이끌었다고 회상했다.

위기가 닥쳤을 때, 회사의 규모를 키워 성장의 기반을 닦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굳게 믿는 신념 같은 게 있었을까. 한 회장은 ‘직업 의식’이라고 했다. 그는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대표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이고, 3년 뒤, 5년 뒤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데, 죽어도 포기가 안되는 꿈을 쫓아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100명을 뽑으라고 얘기하고 나니, 500명 면접을 보는데만 어마어마한 시간이 들더라. 이 분들이 일할 수 있는 상황을 밖에서 만들어야 했다. 다음 스테이지로 나가지 않으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면 망한다”고 미소지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한수진 유컴패니온그룹 회장


라오스와 모빌리티 신사업으로 글로벌 진출 확대

한수진 회장은 최근 라오스에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새로운 거점을 설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인력 양성과 새로운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라오스는 1990년대 한국 IT 산업과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으며, 아시아의 IT 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진 나라”라고 강조했다.

라오스에서 주목하는 기회는 인공지능(AI) 교육과 AI데이터센터다. 그는 “정부가 인도네시아와 라오스에서 AI 인력 교육을 추진하는 상황을 저희도 주목하고 있었다”면서, “라오스의 가장 큰 현지 IT 기업 직원이 20명도 안 되고, 데이터센터를 렌탈해 사용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로 방문했을 때 매우 환영받았다. 또한, 라오스 정부는 고급 인력이 외국으로 유출되지 않고 자국 산업 발전을 위해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러한 전략은 라오스의 경제적 성장과 IT 산업 발전에 맞춰, 한국의 기술력을 전파하고 현지 인재 양성에도 기여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한수진 회장은 국토교통부의 모빌리티 데이터 혁신 사업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공공데이터의 40% 이상이 국토부가 보유한 모빌리티 데이터인데,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모빌리티 데이터가 유럽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국토부가 IT 분야에 대한 인식을 키워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나라 IT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회장은 최근 100여 명의 IT 기업인들과 뜻을 모아 (사)한국국토교통데이터진흥협회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협회 준비 기간만 2년, 국토부 허가를 받는 데 6개월이 걸렸다”며, “이 협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한, “벤처 기업들이 작은 힘으로 시작했지만, 그들의 고도의 기술력과 의지로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유컴패니언그룹 한수진 회장실에 있는 각종 확인서와 인증서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세상을 변화시킬 100가지 일을 하고 싶다

한수진 회장은 “세상을 변화시킬 100가지 일을 하고 싶다”며, “그 중 3개는 유니콘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카카오의 김범수 창업자가 “100명의 CEO를 키우고 싶다”는 비전과 유사한 목표로, 그가 추진하는 혁신적인 사업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는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한 회장은 전문 영역에 특화된 다양한 회사들을 설립해왔다. 그 중 하나가 라오스의 AI 교육을 타깃으로 한 ‘유런업’으로, 이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첫 번째 진출을 담당하게 된다. 알뜰폰을 포함한 B2C 플랫폼 서비스를 주사업으로 하는 ‘유테크온’도 설립했고, 생성형 AI 기반의 퍼포먼스 애드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모션’은 설립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또한, 신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디지털전환(DX)전문가인 최일용 부회장을 영입했다. 최 부회장은 1995년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KT, 삼성카드, 삼성 미래전략실, IBM 코리아 등을 거쳐, 2019년부터 하나증권 디지털본부 상무를 역임하며 IT와 비즈니스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쌓아왔다.

유컴패니온은 지난해 2월 SKS그룹(대표 KINGDAO SIHAPANYA)과 라오스(Lao PDR) 에듀테크 및 IT 비즈니스 협력 우호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은 라오스 비엔티안에 위치한 SKS그룹 본사에서 열렸다. 사진=유컴패니온그룹


한 회장의 꿈은 수많은 스타트업과 벤처가 살아 숨 쉬는 ‘테크밸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제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히 사업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IT 산업에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였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장하는 것이 내 직업관”이라며 자신의 비전을 밝혔다. 이어 “자회사 대표님들에게는 꼭 유니콘 기업이 되라는 숙제를 드린다. 우리나라는 기존 산업만 키운다고 버틸 수 없다.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벤처 기업들만이 할 수 있다. 100개, 200개, 500개, 5000개의 서로 다른 제품과 산업군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 계속 기존 사업에만 의존하면 이 나라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여성 CEO로서의 입장에 대해 “여성 CEO라는 표현에 대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더 중요한 것은 직업관이다. 제가 디자이너로 일할 때나 영업을 할 때, CEO로서 일할 때, 회장으로서 일할 때 모두 ‘그냥 일을 했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그 직업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였고, 제 직업이 바뀌면 그에 맞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수진 유컴패니온그룹 회장은

△1975년생, (주)유컴패니온그룹 회장 (2024년~), (사)한국국토교통데이터진흥협회 회장 (2024년~), (사)한국디지털포용협회 부회장 (2024년~), (사)한국브랜드디자인학회 사업분과 이사 (2023년~), ㈜유컴패니온 법인사업자 설립 (2012년), 유컴패니온 개인사업자 설립 (2006년), 한국디지탈라인 인터넷사업부 디자인실 입사 (2000년), 연세대 상남경영원 Mini MBA과정 수료,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 뉴미디어콘텐츠 학과 졸업 (문학석사), 관동대 시각디자인과 학과 졸업 (미술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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