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설리 김보리 기자] `형제 분쟁` 해결로 한 고비를 넘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기업 구조조정이 이번엔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금호타이어(073240)의 노조가 동의서 제출과 인력 구조조정을 거부함에 따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일정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것.
채권단은 노조 동의서 제출을 전제로 금호타이어에 10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노조는 구조조정과 워크아웃 중 쟁의행위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동의서 제출을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 노조 동의서 제출 거부..채권단 "자금지원 없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은 10일 오전 광주 공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긴급 자금 지원을 위해 채권단이 요구한 노조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채권단이 요구하는 노조 동의서는 노동 삼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현 단계에서는 서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인력 구조조정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노조도 동의서를 쓸 수가 없다"며 "노조는 전날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절대 수용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일 371명 정리해고, 1006명 도급사(협력업체) 이전 등 1377명 규모의 구조조정안을 노조에 제시한 바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조 동의서 없이는 자금 지원도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설 연휴 전에 자금 집행이 이뤄지기 위해 노조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전날 회의에서 금호타이어에 대해 신규 자금 1000억원을 지원하는 한편 3000만달러 규모의 신용장(L/C, Letter of Credit) 한도를 새로 열어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이는 노조 동의서 제출을 전제로 한 지원안이다.
노조는 이날 채권단에 조건없는 긴급 자금 투입을 요구했지만 채권단의 입장에 따라 설 전 자금 집행은 어려울 전망이다.
◇ 노조 `새로운 변수`..워크아웃 일정 차질
금호타이어 노조가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에 대한 자금 집행은 당분간 불투명해진다. 또한 워크아웃이 지연되는 등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노조 동의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정상화 계획, 채권단 지원안 등 전반적인 워크아웃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실사가 끝나고 채권단의 정상화 계획과 지원안이 나와야 하는데 회사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의 동의서 제출 거부로 금호타이어의 자금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는 자금난으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직원급여를 지급하지 못했다. 또 203곳에 이르는 협력업체 가운데 20곳 이상이 채무불이행(신용불량) 법인으로 등재되는 등 어려움에 처했다.
운영자금 부족으로 천연고무를 확보하지 못해 감산을 단행하는 등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은 지난 달 19일부터 주·야간조 등 3교대로 이뤄지는 트럭, 버스용 타이어 생산라인 가운데 야간공정을 중단하는 등 24시간 가동체제를 16시간 체제로 전환했다.
노조 관계자는 "자금난으로 원료 수급이 어려워 광주 공장의 트럭 라인 또한 3교대에서 2교대로 전환, 감산에 돌입했다"면서 "자금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감산이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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