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최근 서울센터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유치 목표에 대해 “숫자라는 환상보다 숙박·교통·지방공항 등 공급망 전반의 수용 능력을 정교하게 따지는 것이 먼저”라며 이같이 말했다. 마케팅 전문가 출신다운 철저한 ‘시장 중심적’ 접근이다. 박 사장은 한국 관광을 “덜 팔린 우량 자산”으로 규정하며 공급자 중심의 관성적 마케팅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세일즈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사장은 “우수한 원자재(문화 콘텐츠)를 가졌어도 최종 소비재(관광 상품)로 가공해 파는 유통과 세일즈 역량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료적 수사 대신 ‘수익률’과 ‘낙수효과’를 앞세우는 실용적인 시각이 인터뷰 전반을 관통했다.
현재 한국 관광이 직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방한 외래객이 회복세에 접어들었으나 이웃 나라와의 격차가 뚜렷하다. 한국이 내년 사상 최대인 2600만 명 유치 달성을 목표로 삼고 달리는 사이, 역대급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은 이미 연간 4270만 명을 끌어모으며 정교한 지역 관광망을 가동하고 있다. 글로벌 관광 시장의 생존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박 사장은 “외국인의 호감과 한국 관광의 산업화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며 “K컬처의 낙수효과가 지방의 소비, 체류, 인프라 확대로 연결돼야 비로소 국가 산업으로 기능한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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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객 3000만 명은 체질 개선의 지표
“최근 한국 관광은 좋은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현장 데이터도 긍정적입니다. 다만 이젠 이 흐름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관광 산업의 실질적인 체질 개선과 영역 확장으로 이어지도록 구체적인 판을 짜야 합니다.”
취임 후 국내외 현장을 돌며 그가 느낀 변화는 적지 않았다. 주요 관광지의 서비스 수준은 향상됐고 외국인을 대하는 개방적인 분위기도 확산했다. 하지만 일본 등 경쟁국과 비교하면 숙박 인프라와 교통 체계, 지역별 특화 마케팅의 연계성은 다소 떨어진다. 박 사장은 “관광 생태계는 항공, 숙박, 외식, 교통, 로컬 콘텐츠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그럼에도 산업 전체를 유기적으로 조율하고 끌고 가는 구심점은 오히려 약했다”고 지적했다.
박 사장의 해법은 기존 관광 행정의 방식과는 구분된다. 기존 정책이 예산을 투입해 도로를 닦고 호텔을 짓는 등 공급 중심이었다면 그는 “수요가 넘쳐나 시장이 형성되면 민간 자본과 행정 인프라는 자연스럽게 움직인다”는 철저한 ‘수요 견인론’을 편다. ‘2028년 외래객 3000만 명’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선 인프라의 수용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라는 우려가 있지만, 그의 생각은 단호했다.
“3000만 명이라는 숫자는 도달해야 할 결과이면서 동시에 공급망 전체 혁신을 유도하는 장치입니다. 관광객이 늘어야 낙후된 지역 숙박업이 개선되고, 끊겨 있던 지방 교통망이 연결됩니다. 수요 없이 예산만 들이는 인프라 구축은 유휴 시설만 남길 뿐입니다. 매일 확인하는 핵심 지표 역시 단순 입국자 수가 아닙니다. ‘외국인의 지역별 평균 체류 일수’와 ‘지방 소도시 신용카드 결제액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합니다. 서울, 제주에만 몰리는 왜곡된 구조를 깨고 외국인을 전국 지방 소도시로 분산시키는 정교한 타깃 마케팅이 지금 공사에게 주어진 핵심 과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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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처럼 살아보기’는 욕망이다
박 사장은 한국 관광의 차별성을 자연경관이나 고궁 관람이 아닌 ‘무형의 경험’에서 찾았다. 단순히 고궁을 보고 사진을 찍는 것을 넘어, 한국 사람처럼 살아보고 그들과 똑같이 먹고 마시며 골목길을 걷고 싶어 하는 욕망이 외래객을 움직인다는 분석이다. 그는 관광의 글로벌 트렌드가 이미 ‘관람’에서 ‘체험’으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전통 환대 문화를 앞세우고 태국이 자연 휴양 자원을 키웠다면, 한국은 역동적인 일상 생활문화 자체를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제주 비양도 관광활성화 프로젝트를 성공 사례로 들었다. 인프라 투자를 최소화하는 대신 평범한 섬의 특산물인 톳 상품에 세련된 디자인과 스토리를 입히고, 섬 전체를 온전한 휴식과 치유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사업이다. 제주 구좌읍에서 해녀들의 삶과 연극, 그리고 지역 제철 음식을 결합해 운영 중인 ‘해녀의 부엌’도 좋은 예다.
“이름 없는 골목길이나 어촌 마을이라도, 독창적인 경험 설계와 매력적인 이야기 구조가 결합하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프리미엄 여행 상품이 됩니다. 공급자가 관광지를 꾸미는 시대를 끝내고 소비자가 머무를 이유를 설계해야 합니다. 외국인 수요를 지방 곳곳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전국 지자체와 자생력 있는 로컬 콘텐츠 100개를 발굴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글로벌 마케팅을 전담하던 마케터는 이제 국가 브랜드의 해외 세일즈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 끝자락에 관광공사가 홍보 대행 기관에 머물지 않고, 실제 민간 시장을 창출해 국가 산업의 방향타를 쥐는 전략적 조직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임기를 마치고 떠난 뒤에 ‘그때 관광공사가 시장의 체질을 바꾸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듣는다면 마케터로서의 소임은 다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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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서울 출생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중앙대 대학원 언론학과 △제일기획 同구주 RH장(상무) △同 캠페인2본부장(상무)△제일기획 비즈니스2부분장(부사장)△제일기획 구주총괄(전무) △現 한국관광공사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