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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추가 SOS "이유 있었네"...녹십자 혈장치료제 혈장 공여 '둔화'

노희준 기자I 2020.08.30 16:05:16

혈장 공여 참여자 8월 한달 11% 늘어, 채혈 공여자는 27.9% 증가
7월 신천지 일회성 요인 제외해도 참여자 6분1로 둔화
혈장 채혈 사이트 24일부터 ''헌혈의 집''으로 확대

자료=GC녹십자, 5월 14일 혈장 공여 개시.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GC녹십자(006280)의 코로나19 혈장 치료제 개발에 관건인 완치자 혈장 확보 속도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혈장 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대량 수집 후 분리과정 등을 통해 혈장 속에 포함된 중화항체(면역글로불린)를 정제·농축해 만든 의약품이다.

30일 GC녹십자에 따르면, 코로나19 혈장 공여 참여의사를 밝힌 ‘참여자’는 26일 기준으로 1223명이다. 이는 한달 전(7월 28일 기준) 1101명에서 11% 늘어난 규모다. 같은기간 실제 혈장을 채취한 공여자는 701명에서 897명으로 27.9% 증가했다. 반면 7월에는 참여자가 한달새 229명에서 1101명으로 380% 급증했다. 또한 공여자도 88명에서 701명으로 696% 폭증했다. 결국 8월과 7월의 한달 증가세를 비교해보면 참여자와 공여자가 대폭 떨어진 셈이다.

이는 7월에 종교단체 신천지(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가 대규모로 혈장 공여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GC녹십자에 따르면, 신천지는 562명의 코로나19 완치지가 혈장 공여의사를 밝혔고 이 가운데 실제 409명이 혈장 채혈을 마쳤다.

혈장 공여는 의사만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B·C형 감염 여부와 가장 중요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가 얼마나 형성돼 있는지를 보는 항체 역가 검사 등에서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지만 신천지의 참여를 일회성 요인으로 간주해 제거해봐도 혈장 확보 속도는 둔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 신천지 숫자를 제거한 참여자는 8월 한달 539명에서 661명으로 22.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7월 한달 동안 참여자가 229명에서 539명으로 135% 늘어난 것에 비하면 6분의1도 안되는 수준이다. 공여자 역시 8월 한달 동안 292명에서 488명으로 67.1%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7월에는 88명에서 292명으로 231.8% 늘었었다. 8월 공여자 증가세도 7월에 비해 3분의1 정도로 축소된 것이다.

최근 정부는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신천지에 추가로 코로나19 완치자 혈장공여 협조를 요청했다. 신천지를 향한 정부의 추가 혈장 공여 SOS는 이런 측면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천지는 정부 요청에 신도 1100명이 2차 단체 혈장 공여에 나서기로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완치자들이 혈장 공여 참여를 더욱 꺼릴 수 있어서다. 김진 GC녹십자 의학본부장은 다만 “외출 자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 확대로 혈장 확보 속도가 기대했던 것보단 일정부분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기존보다 혈장체혈 사이트의 절대적인 수가 대폭 확대됨에 따라 접근성이 높아져 완치자의 참여가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GC녹십자는 지난 24일부터 코로나19 완치자 혈장 채혈 사이트를 기존 4곳(고대 안산병원, 대구 경북대병원, 대구 파티마병원,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수도권, 강원도 등 21곳의 ‘헌혈의 집’으로 확대했다. 내달 7일부터는 충청도, 경상도, 강원도 등 24곳에서 혈장 채혈을 할 수 있다.

김진 본부장은 “혈장이라는 원료가 필요한 치료제 특성상, 공여자 수는 치료제 생산량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임상 후에도 추가 후속 연구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쓰일 치료제 생산을 위해서는 완치자분들의 협조가 계속해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GC녹십자는 혈장 치료제를 무상으로 공급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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