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교 원로들, 대북군사옵션 현실화 우려 표명

차예지 기자I 2018.01.26 10:14:20
사진=AFP


[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헨리 키신저(94) 전 국무장관과 조지 슐츠(97) 전 국무장관, 리처드 아미티지(72) 전 국무부 부장관 등 원로 인사들이 25일(현지시간) 북핵 문제를 가장 큰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핵확산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상원 군사위원회가 이날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을 주제로 연 청문회에서 이들 3인을 증인으로 채택해 현 정세에 대한 진단과 조언을 듣는 자리에서다.

키신저 전 장관은 “국제적 평화와 안보에서 가장 당면한 도전은 북한에 의한 것”이라며 ‘핵 도미노’에 대한 우려를 표한 뒤 “북한의 비핵화가 미국 전략의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 이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른 나라들로의 핵무기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재임한 슐츠 전 국무장관도 “나는 사람들이 (핵무기에 대한) 두려움을 상실한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모든 것은 다른 방향, 즉 핵확산으로 가고 있다”이라며 “더 많은 나라가 핵무기를 가질수록 어디선가 핵무기가 터질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중국과의 공조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위협을 다루는데 늦었다는 고언도 잇따랐다.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한은 정권 유지를 보장하기 위해 핵무기를 획득한 만큼, 그걸 포기하는 건 자살행위와 마찬가지”라며 교착상태를 보여온 북핵 6자 회담의 재개나 미·중 간 별도 채널 가동 등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키신저 전 장관은 다만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해법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이 무기 개발의 시간을 버는 것만 도와줬던 과거 협상의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원로는 대북 군사옵션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 선제공격의 위험성을 경고한 뒤 “세계 1차 대전을 시작한 어떤 지도자들도 그것이 초래할 결과를 알았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슐츠 전 장관도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국방부의 핵 태세 검토 보고서와 관련, “초안을 읽어봤는데, 핵무기 사용에 대한 의향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친구인 윌리엄 스윙 국제이주기구 사무총장의 어록을 인용, “핵 버튼 위에 손을 올려놓고 백만 명을 죽일 수 있는 무언가를 시작한다면 당신은 더는 대통령이 아니라 신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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