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 앞에 감정없다`…中서 경제이득 챙긴 모디 印총리

김대웅 기자I 2015.05.17 15:59:20

중국과 영토분쟁 등 뒤로 하고 실리외교 추구
올해 中 경제성장률 추월 전망..''달리는 코끼리''
18일 모디 총리 訪韓..경제협력 강화 기대

중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가 15일(현지시간) 리커창 중국 총리와 찍은 셀카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사진: 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코끼리(인도)와 용(중국)이 손을 맞잡으면서 전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경 분쟁 등으로 앙금이 남아있는 양국이지만, 이들은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 발맞춰 경제 협력을 앞세운 새로운 관계 구축을 택했다. 특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전 세계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실리 외교에 적극 나서며 이른바 ‘모디노믹스(Modinomics)’를 통한 경제 성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 영토 분쟁? NO! “실리가 우선”

지난 14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모디 총리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찍은 셀카를 자신의 SNS에 올리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해외 언론들은 이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파워풀한 셀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중국과 영토 및 안보 관련 오랜 갈등이 남아있지만 모디 총리는 친(親) 중국적 행보에 적극 나서며 실리 외교를 택한 것이다.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는 만큼 아시아의 맹주인 중국과 관계 개선을 이뤄내며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는 이번 방중을 계기로 중국과 24조원 규모 경제 협력을 이끌어 냈다. 신에너지와 항만, 금융, 미디어·오락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경제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모디 총리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와 쑨야팡 화웨이 회장 등 중국 기업 대표 20여명과도 만나 “인도에 대한 중국 기업의 투자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번 방중은 실리라는 대명제 속에 철저하게 경제 협력을 위한 관계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중(對中) 관계에 있어 감정보다 실리를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는 외국자본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는 그의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는 행보다. 모디 총리는 인도가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국가로 변신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강조해 왔다.

더불어 주목할 것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처음으로 고향에서 외국 정상을 맞이하는 등 중국도 파격적인 예우로 화답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번달 안으로 57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AIIB 초안을 확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와의 관계 개선이 아시아 경제 패권 장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도인이 브릭스은행 초대 총재를 맡은 데 이어 곧 윤곽이 드러나는 AIIB에서도 인도가 부행장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이 주도해 만든 국제금융기구에서 인도가 서방을 대신해 중국을 견제하는 구도를 피하려면 관계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이번 양국 간 경제협력 체결로 중국과 인도가 본격적인 ‘친디아 연대’를 형성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 코끼리가 용을 추월? 모디노믹스 ‘쾌속질주’

지난해 5월 인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정권을 잡은 모디 총리는 1년 간 많은 변화를 이끌어 냈다. 변화에 대한 인도 국민의 열망을 등에 업고 그는 친기업, 반부패, 탈관료주의를 선언했다. 이를 통해 해외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제조업을 부활시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였다.

모디 총리는 취임 4일 만에 10대 과제를 발표해 공무원 권한을 강화하고 행정의 투명성과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여러 조치를 취했다. 특히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4000억 달러에 이르는 지하자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부정부패 척결을 이끌었다.

‘최소정부, 최대행정’라는 슬로건과 함께 부처 통폐합도 과감히 추진했고, 연 9%대를 넘던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도 적극 나서 물가상승률 5%대로 떨어뜨리는데 성공했다. 재정적자 규모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4.9%에서 1%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고 외환보유액은 12% 늘어나는 쾌거를 이뤘다.

이같은 성과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모디 총리를 ‘인도의 개혁 사령관’이라고 지칭하며 추켜세우기도 했고,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7.5%에 달하며 16년 만에 중국을 제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모디노믹스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 韓-印 관계도 재정립

모디 총리는 18일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재계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방중 행보에서 보여줬듯 세일즈 외교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디 총리가 우리나라와의 외교에 있어서는 어떠한 카드를 꺼내들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모디 총리는 방한을 통해 경제·무역 분야 협력 강화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자신이 주창한 제조업 활성화 캠페인 ‘메이크 인 인디아’와 관련해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를 우리 정부와 기업에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방한에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메이크 인 인디아에 한국보다 더 좋은 파트너는 없다”며 “인도의 젊은 인적 자원에 한국의 제조업 역량을 투자해 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조선, 기반시설, 정보기술(IT), 과학기술 분야에서 양국간 협력강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역시 인도의 경제성장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외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인도는 최근 높은 경제성장률은 물론 물가 안정과 산업생산 호조로 경제 회복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모디노믹스는 범국가적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클린 인디아(Clean India)’ 캠페인과 함께 전개되면서 한국 기업들에 많은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2∼3년의 단기 성과보다는 긴 호흡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지역별·산업별로 심층적인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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