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보험 보상 내용·한도는?..사고 나면 `막막`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충북에 사는 김모씨(남·60대)는 여행사 패키지상품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가 큰 낭패를 봤다. 1인당 150여만원을 내고 중국 지린성에 갔다 여행 중 탑승한 관광버스 충돌사고로 부상을 당한 것. 김씨는 예정된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한 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는데도 여행사는 해외여행보험에서 지급받는 치료비를 공제하고 초과된 금액만 배상하겠다고 나서 분쟁을 샀다. 김씨는 “대형여행사의 지명도를 믿고 간 고객에 대한 보호가 형편없었다”고 혹평했다.

패키지여행 시 여행사에서 일괄적으로 가입하는 여행보험이 정작 관련 사고에는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보장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서면동의 절차도 이행하고 있지 않는 등 구체적인 보장 내용 표시도 미흡해 청구분쟁이 빈번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0년부터 올 5월말까지 2년5개월 간 접수된 패키지여행보험 피해사례 65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여행보험 관련 피해 유형별 접수현황을 보면 여행 중 다친 `상해` 피해자가 41.5%(27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도난`(27.7%·18건), `식중독·질병`(18.5%·12건), `설명미흡`(12.3%) 등의 순이었다.

특히 패키지여행에 포함된 여행보험은 통상 보험계약자인 여행사가 소비자를 피보험자로 해 일괄적으로 가입하는데, 실제 보험료는 소비자가 낸 여행대금에서 지급되고 있었다.

하지만 보험사는 보장내용, 보상한도 등에 대해 소비자가 아닌 여행사에만 설명하고 있어 분쟁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 피보험자인 여행객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도 지키지 않아 자칫 보험계약 자체가 ‘무효’가 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소비자원 측의 설명이다.이밖에도 여행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발생한 손해 역시 패키지여행보험과는 별개로 여행사가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이 맞는 데도 패키지여행보험에서 지급받은 보험금을 포함해서 배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통상 보상한도는 사망 1억원, 상해나 질병은 300만원(고급형 또는 신혼여행 500만원), 도난은 1품목당 20만원(최대 50만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여행사 홈페이지에는 해당 여행상품에 `1억원 여행보험 가입`이라는 문구 외에 구체적인 내용을 기재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소비자원 측은 “여행 중 도난사고는 누구나 쉽게 겪을 수 있지만 현금과 유가증권은 보상받을 수 없고, 한 품목당 보상 한도 역시 2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며 “분실은 아예 여행보험의 보상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패키지여행보험의 보장내용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고 서면동의를 받도록 금융감독원에 관리감독을 촉구하는 한편, 소비자들에게도 패키지 여행 계약시 여행보험의 보상한도와 구체적 지급내역을 확인하는 등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