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벌게 해줄게" 대학생 다단계 피해 주의

문정현 기자I 2012.02.02 13:33:21

알바·취업 미끼로 한 대학생 불법 다단계 소비자피해주의보 발령

[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작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거마 대학생` 사건 이후에도 등록금 마련이 어렵거나, 취업난을 겪고 있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불법 다단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2~3월 졸업과 입학 시즌을 맞이해 피해 사례가 속출할 것을 우려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피해주의보를 내렸다.

◇ `휴대폰 판매·쇼핑몰 운영` 신종 다단계 주의

"절친(절친한 친구)을 남겨두고 어떻게 혼자 나와요." 이미 다단계 업체에 한번 끌려간 경험이 있었다는 대학생 A씨는 돈이 필요하던 차에 친한 친구를 통해 생활용품·식품·가전제품을 취급하는 다단계 업체를 소개받았다. 몇 주 간의 집중 교육을 거친 후 대출을 받고 590만원어치 물품을 구입했다.

교육은 치밀한 방법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다단계에 대해 알고 있지만) 막상 교육을 받으면 생각이 달라져요. 대박이란 생각이 들죠. 잠자리에 들면서 갸우뚱하다가도 다음날 또 교육을 들으면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옆에서도 지금 놓치면 더이상 좋은 기회는 없다고 살살 부추기죠. 마음이 다급해질 수 밖에 없어요."

회사는 대상자가 어떤 이유로 돈이 필요한지 배경을 모두 파악하고, 성향에 따라 상위 판매자를 붙인다고 했다. 대상자가 남자라면, 소위 `먹힐 것 같은` 여자 상위 판매자를 지정한다는 것이다. 과정이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대출도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그래도 A씨는 운이 좋은 경우다. 비교적 규모가 큰 다단계 업체라 교육받을 때 빼고는 감금을 당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대신 구 입한 물품을 환불 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A씨는 마치 `도둑고양이`처럼 물건을 빼왔다고 했다. "부모님에게 들키면 안된다고 물품을 집에 가져가지 못하게 해요. 그만 나와야겠다고 마음먹고는 회사에 몰래 들어가 박스를 가지고 나왔죠." 그는 피해를 신고해 결국 350만원을 환불받았다. 나머지 돈은 돌려받을 수 없을 것 같다며 포기한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불법 다단계 업체들이 합숙소·찜질방 등에서 공동생활을 강요하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세뇌 교육한 후 대출을 강요해 학생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휴대폰 판매 다단계나 쇼핑몰 운영을 알선해주면서 댓가를 요구하는 신종 업체가 출현하고 있어 청년층이나 대학생의 주의를 요한다"고 밝혔다.

◇ 이미 빠졌다면 "증거 확보가 시급"

다단계는 치밀한 수법으로 이뤄지는 만큼 처음부터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친구·동창·군대 동기 등 지인이라도 고액의 알바나 취업자리가 있다고 유혹하면 일단 확실한 일자리인지 사전에 꼼꼼히 조사해봐야 한다. 만약 다단계 판매에 어느 정도 발을 들여놨다면 피해 보상을 대비한 증거 확보가 급선무다.

고병희 소비자정책국 특수거래과 과장은 "일반 사업자와 달리 모든 업무가 구두나 암묵적인 지시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후 불법 행위 증거 확보가 곤란하다"며 "부당한 지시를 적은 메모나 현장 사진 등도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 다단계 업체를 발견하면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www.ftc.go.kr)나 서울·부산·광주·대전·대구 등 5개 지방사무소, 경찰청 마약지능수사과에 신고할 수 있다. 다단계업체가 환불을 거부하면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직접판매공제조합에 피해 구제를 신청하면 된다.

공정위는 "피해 사례를 홍보물로 제작해 주요 대학교 150곳에 100부씩 배포하고 인터넷 구직시이트에 피해예방 광고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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