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이데일리 윤도진 특파원]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대하는 중국은 겉으로는 `무표정`이다. 하지만 한국이 중국보다 미국과 더 가까워지는 상황을 지켜보는 속내는 훨씬 복잡해 진 것이 중국내 학계에서 드러나고 있다.
23일 관영 신화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전날 한미FTA가 한국 국회에서 비준된 것을 사실 위주로만 보도했다. 최루탄이 터지는 등 야당의 강한 반발이 있었고 거리에서 반대 시위가 열렸다는 설명을 붙였지만 이에 대한 논평은 따로 내놓지 않았다.
중국 정부 역시 이날 오전까지 공식적으로 한미 FTA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중국을 방문중인 전 주중대사 류우익 통일부 장관에게 소식을 전해듣고 "수교 20주년(2012년)을 계기로 한·중 FTA 협의가 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국 내 외교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불편한 속내가 비교적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상하이 소재 한 대학의 국제관계 전문가는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일본이 가세했고 이어 한미간 FTA까지 현실화됐다"며 "동아시아의 경제적 세력균형이 지나치게 미국 쪽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은 한·중·일 3자간, 특히 우선적으로 한국과 중국간 FTA 협상을 서둘러 추진해 중국이 고립되는 상황을 타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변 성격을 띤 중국국제문제연구소의 궈셴강(郭憲綱) 부소장은 "한미간 FTA나 TPP보다 한·중·일 사이의 FTA가 3국 모두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통점이 많은 한국과 중국이 먼저 이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