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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지진에 도요타뿐 아니라 GM도 멈췄다

민재용 기자I 2011.03.18 11:24:48

GM 다음주까지 공장폐쇄..車가격 상승 가능성
업계, 재고 확보 등 사태 장기화 대비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일본 대지진이 일본뿐 아니라 점차 전 세계 산업 생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이 자동차·전자 등의 분야에서 전 세계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지진으로 이 활동이 중단되면서 연쇄적인 글로벌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

일본으로부터 주요 부품을 수입해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전 세계 자동차·전자 제조사들은 재고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완성품 생산속도를 늦추는 등 일본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日 생산중단에 글로벌 車 생산 차질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는 일본 지진 발생 후 미국 자동차 제조사 중 처음으로 공장을 폐쇄했다.

GM은 다음 주까지 소형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공장의 가동을 중단할 계획인데,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핵심부품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일본의 부품 공급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 언제 생산이 재개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품 공급부족으로 일본 자동차 업체의 해외 공장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도요타의 태국 공장은 캠리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모델의 일본산 변속기 부품의 재고를 유지하기 위해 완성차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아직 공장 가동을 중단하지 않았지만, 닛산의 태국 공장도 일본으로부터 공수하는 전자부품의 공급 부족을 우려해 추가 공급 루트를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다.

후지모토 아츠시 닛산 방콕 공장 최고 책임자는 "아직 재고량이 있어 다음 달 중순까지는 생산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부품 공급 상황에 대한 추가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일본 자동차 공장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아 자동차 부품 공급 차질이 장기화 될 경우 일본 차량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빅3 업체의 일본 내 생산량이 최대 30%대에 불과하지만, 주요 부품은 아직도 일본에서 공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현대차(005380) 등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사들은 일본 지진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모세준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는 대부분의 부품을 국내에서 생산해 공급하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보다 일본 지진 사태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번 지진으로 해외시장 판매 경쟁력 상승이라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부품 재고량을 한 달에서 두 달 치 미리 확보해놔 이번 지진 사태로 큰 피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전자업계 부품 확보 전쟁 ..대만 `관세인하`

주요 부품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전자 업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자제품을 주로 수출하는 대만은 핵심 전자 부품 공급 부족을 우려해 이들 부품에 한해 관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만 정부 관계자는 "일본 지진 사태보다 전력 공급 부족 사태를 더 우려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핵심부품에 대한 관세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전자업체들은 일본으로부터 핵심 부품을 공급받아 컴퓨터 등을 직접 제조하거나 반도체 등을 조립해 애플 같은 최종 생산자에 납품한다. 이러한 전자 산업은 대만 경제의 근간으로 일본의 핵심부품 공급 부족은 대만 경제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시장조사업체인 VLSI 리서치에 따르면 컴퓨터, 휴대폰 등 전자제품 생산 시 핵심 부품으로 사용되고 있는 BT(Bismaleimide Triazine) 수지는 일본이 전 세계 공급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또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실리콘 웨이퍼는 일본이 전세게 공급량의 20%를, 플래시 메모리도 약 40% 정도를 일본이 생산하고 있다.

이밖에 액정표시장치(LCD), PC 배터리 등도 일본의 공급 비중이 높아 전 세계 전자 제품의 연쇄 공급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러한 부품들의 값이 크게 오르고 등 전 세계 전자업체들의 재고 확보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소니와 스마트폰 합작사를 설립한 스웨덴의 소니에릭슨은 일본 밖에서 부품을 공수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소니 에릭슨은 "아직 지진사태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지 않지만, 우리의 공급 사슬 운영에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만의 주요 전자부품 제조회사 ASE도 한국과 중국 등 새로운 부품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일본 미쓰비시 화학으로부터 BT 수지를 공급받는 반도체 제조사 난야도 새로운 제품 확보 루트에 나서고 있다.

난야 관계자는 "대체 부품 확보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작업에 통상 3달 절도 걸리지만, 이번에는 한 달 안에 끝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 신예츠사로부터 웨이퍼를 공급받는 하이닉스(000660) 반도체의 고민고 깊어지고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웨이퍼 공급 루트를 다변화하고 재고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아직 피해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전 세계 전자 산업에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노키아, 인텔, 퀄컴 등 주요 전자 업체들도 일정 재고량을 확보하고 있어 당장 큰 영향은 없다면서도 상황을 계속 주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세계 최대 화물 운송회사 페덱스의 프레드 스미스 회장은 "일본은 전 세계 부품 공급 사슬의 `핀치 포인트`(핵심)"라며 "특히 자동차와 전자업계의 생산에 일본 지진 사태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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