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영효기자] 증권사가 지급결제기능을 갖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선보이면서 은행과 영역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은행들도 CMA를 판매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053000) 주력 계열사 우리은행과 신한금융(055550)지주 자회사 신한은행, 외환은행(004940) 등 3곳은 CMA 상품을 팔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단기금융업(옛 종금업)은 은행의 업무지만 이 중 CMA 업무 만은 겸영이 가능한 업무에서 제외돼 있어 은행은 CMA 상품을 팔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도 우리 신한 외환 3개 은행의 CMA 상품이 존재하는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무너진 종금사를 합병한 결과다. 종금사가 가지고 있던 종금업 면허가 CMA 영업의 근거를 마련해 준 것이다. 2000년을 전후해 우리은행은 하나로종금, 신한은행은 현대종금, 외환은행은 한외종금을 합병했다.
이들 은행의 CMA 잔액은 3조원 수준. 의외로 짭짤한 사업이라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CMA로 유치한 단기 여유자금으로 단기채권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금이 많은 백화점이 하루짜리로 찍은 기업어음(CP)이나 건강보험관리공단, 한국전력(015760) 등이 발행하는 보름짜리 CP 등에다 투자하면 0.3% 가량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초단기 채권에 투자해 얻는 수익으로는 쏠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거액의 단기자금을 굴릴 수 있어 다른 은행들도 하고 싶어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재밌는 것은 은행 CMA에 돈을 맡기는 주고객이 최근 지급결제 CMA로 은행과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증권사란 사실이다. 콜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단기자금을 넣어두는 곳이 바로 은행 CMA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업종별로 치열하게 경쟁을 하지만 결국은 돈이 돌고도는 금융시장의 테두리 내에 함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했다.
그렇다면 증권사가 지급결제 CMA를 통해 은행의 월급통장 고객을 뺐으려는 것처럼 은행도 CMA를 통해 증권사 CMA를 견제하는 것이 가능할까. 은행 관계자들은 주고객 층이 전혀 달라서 그럴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개인고객을 유치하려는 증권사 CMA와 달리 은행 CMA는 기업고객이 대부분이다. 주타깃층이 기업이다 보니 영업 또한 각 지점이 아니라 본점 차원에서 이뤄진다. CMA라는 같은 성(姓)을 쓰지만 파(派)는 다른 먼 친척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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