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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아파트, 오를때 `성큼` 내릴때 `찔끔`

이진철 기자I 2005.09.26 14:47:45

재건축단지 1억원 이상 호가하락..일반아파트로 약세확산
최고점 6월보다 낮아진 수준.. 올초 급등전 시세보다 여전히 높아

[이데일리 이진철기자] 8.31부동산종합대책 이후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서울 강남권 재건축에 이어 일반 중대형아파트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반아파트의 경우 하락폭이 아직은 미미해 8.31대책의 효과가 아파트값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은 입주권 과세방침 등 잇따른 규제책에 이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인상되는 조짐을 보이자, 대출을 끼고 재건축아파트에 투자한 소유자들을 중심으로 호가를 더욱 낮춰 매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강남구 개포주공, 송파구 가락시영, 강동구 고덕주공·둔촌주공 등 서울 강남권 초기 재건축아파트값은 8.31대책 발표 이후 대부분 1억~1억5000만원 정도 호가가 떨어졌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15평형은 추석연휴 이후 2000만원 정도 하락한 6억2000만~6억5000만원선의 호가를 나타냈다. 대치동 은마 31평형은 4000만원 하락한 7억5000만원선에 각각 시세가 형성됐다. 그러나 강남 재건축아파트값이 올해 들어서만 2억~3억원 이상 급등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올초 수준의 시세로는 낮아지지 않은 상태다.

재건축 아파트에 이어 일반 아파트값도 하락세가 점차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내림폭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나마 일부 급매물 위주로 호가를 내리고 있어 본격적인 가격급락 조짐은 없는 상황이라고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개포동 현대2차 49평형의 경우 매도호가가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 6월 14억원에 비해선 1억~2억원 가량 하락한 12억원선에 가격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올해초 시세인 10억~10억5000만원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인근 이레공인 관계자는 "8.31대책을 전후에 호가를 내린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매수에 나설 경우 현재 나온 매도호가보다는 낮은 가격에 구입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치동 청실1차 43평형도 현재 시세가 13억원선으로 올초 10억7000만원선보다 높은 수준이고, 선경1차 42평형도 올초 10억5000만원의 시세보다 높은 현재 14억원 수준에서 호가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판교신도시 분양 호재로 아파트값이 급등한 분당신도시와 용인시 일대 아파트값도 하락폭이 미미한 수준이다.

올 상반기 10억원을 훌쩍 넘었던 서현동 시범삼성한신 49평형의 경우 8.31대책 이후 9억원선으로 매도호가가 떨어졌지만 올초 시세인 7억원선보다는 여전히 크게 높다. 분당신도시의 경우 아파트값이 추석연휴를 지나면서 횡보합세를 보이며 내림세가 둔화된 상태다.

용인지역도 작년말 입주한 기흥읍 신갈푸르지오와 신봉동 신봉자이2차 등 올 상반기 수천만원씩 가격상승폭이 컸던 주요 중대형 아파트값이 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1000만~2000만원 가량 하향 조정되는데 그쳤다.

부동산전문가들은 8.31대책의 입법화와 양도세 유예기간 등으로 인해 지금 당장 싸게 매물을 내놓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기대만큼의 아파트값 하락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거래가 없이 당분간 급매물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연말까지 급매물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되고, 내년 상반기 강남권에 예년보다 많은 아파트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집값 하락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세제 등 정부정책의 일관성과 금리인상 등이 향후 집값 향배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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