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9월19일 08시3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오름테라퓨틱(475830)으로부터 선급금 1억달러를 주고 사들인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 ‘ORM-6151’(BMS 프로젝트명 BMS-986497) 개발을 중단했다. 임상 데이터 검토가 직접적인 계기지만, 다발성골수종과 림프종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는 BMS의 혈액암 전략 재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오름테라퓨틱에 따르면 BMS는 ORM-6151의 임상 데이터를 검토한 뒤 개발 중단을 결정하고, 2023년 체결한 자산양수도 계약을 종료했다. 오름테라퓨틱이 받은 선급금 1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300억원)는 반환하지 않지만 앞으로 추가 마일스톤 8000만 달러(현재 환율 기준 약 1110억원)를 받을 권리는 사라졌다.
오름테라퓨틱은 2023년 10월 ORM-6151을 총 1억8000만달러(당시 약 2340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시장이 주목한 것은 전체 계약의 55.6%를 차지한 선급금이었다. BMS는 ORM-6151을 BMS-986497로 명명하고 미국과 유럽, 캐나다에서 재발·불응성 AML 및 골수이형성증후군(MDS)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했다.
BMS, 다발성골수종·림프종에 집중…ORM-6151 입지 축소
BMS는 지난 7월 말까지만 해도 ORM-6151을 임상 1상 단계의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 리스트에 포함해왔다. 당초 35명이던 임상 환자를 105명으로 늘리고 아자시티딘 및 아자시티딘·베네토클락스 병용군도 추가했다. 그런데 약 7주 뒤 개발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결정처럼 보이지만 BMS가 올해 초 연구개발 전략의 변화를 예고한 데서 조짐을 찾아볼 수 있다. BMS는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개별 후보물질 중심에서 주력·지원 자산을 갖춘 질환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그램에 자원을 우선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
질환 중심 전략은 특정 질환에서 여러 후보를 함께 개발하면서 환자 분류와 바이오마커, 임상기관 및 허가·상업화 경험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주력 후보가 실패해도 후속 자산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병용요법이나 치료 단계별 제품군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BMS의 혈액암 파이프라인은 이에 맞춰 다발성골수종과 림프종에 집중돼 있다. 다발성골수종에서는 이베르도마이드와 메지그도마이드, 아를로셀 및 BCMA·GPRC5D 이중표적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림프종에서도 브레얀지와 골카도마이드 등 상용화 제품과 후속 후보를 함께 보유했다.
반면 AML에서는 ORM-6151과 질환 전략을 구성할 다른 신규 임상 자산이 사실상 없었다. ORM-6151이 정리되면서 BMS의 공개 임상 파이프라인에서 신규 AML 개발 축도 함께 사라졌다. AML은 미충족 수요가 크지만 환자군이 유전자 변이와 상태에 따라 파편화돼 있고, 시장 규모도 다발성골수종이나 비호지킨림프종보다 작다. 이 같은 구도를 고려하면 후속 임상 자산과 개발 시너지가 부족했던 ORM-6151은 BMS가 질환 중심으로 자원을 재배분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였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략 변경만으로 이번 결정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BMS는 임상 데이터를 검토한 뒤 개발을 중단했지만 안전성 문제인지, 효능이나 약동학적 특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적어도 데이터가 BMS 전략을 뒤집을 만큼 강하지 않았고, AML에서 홀로 남은 후보에 추가 자원을 투입할 유인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지급한 1억 달러도 개발을 계속할 이유가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BMS 지난해 매출은 481억9400만 달러(약 66조7000억원), 기업 인수와 기술도입·제휴 등에 지급한 현금은 39억4400만 달러(약 5조5000억원)였다. 대형 인수가 집중된 2024년에는 같은 항목에 218억2100만 달러(약 30조2000억원)를 썼다. 1억 달러는 오름테라퓨틱에는 기업공개(IPO)까지 버틸 시간을 마련해준 생존자금이었지만, BMS의 자산 배분 결정을 붙들기에는 작은 규모였다.
CD33 대신 CD123 선택…어깨 무거워진 ORM-1153
오름테라퓨틱은 자체 개발 중인 ORM-1153을 ORM-6151보다 개선된 차세대 AML 치료제로 제시하고 있다. 두 후보는 GSPT1 분해제 ‘SMol006’과 베타글루쿠로니드 링커를 사용하지만 항체 표적이 다르다. ORM-6151은 CD33, ORM-1153은 CD123을 겨냥한다.
오름테라퓨틱 관계자는 “ORM-1153은 ORM-6151보다 몇 년 뒤 개발하면서 그동안 학습한 내용을 반영해 최적화했다”며 “자체 개발한 CD123 항체는 경쟁 항체보다 세포 내재화가 훨씬 잘 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세포 내재화 능력이 높으면 항체가 운반하는 GSPT1 분해제를 암세포 안에 더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오름테라퓨틱은 Fc감마수용체와의 불필요한 결합도 줄여 비표적 세포로 약물이 들어갈 가능성을 낮췄다고 설명한다.
ORM-6151이 선택한 CD33은 AML에서 이미 임상적으로 검증된 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AML 환자 백혈병 세포에 폭넓게 발현하며, CD33을 겨냥한 항체약물접합체(ADC) ‘마일로탁’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다만 정상 골수계 세포에도 발현해 골수억제를 일으킬 수 있고, 환자나 세포에 따라 발현 정도가 일정하지 않아 CD33 발현이 낮은 암세포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CD123은 AML 모세포뿐 아니라 치료 후 재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백혈병 줄기세포에도 발현한다. 오름테라퓨틱은 CD123을 겨냥하면 종양세포와 재발의 씨앗이 되는 세포를 함께 공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CD123 역시 정상 조혈세포 일부에 발현하므로 CD33보다 우월한 표적인지는 ORM-1153의 임상 안전성과 효능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전임상에서 ORM-1153은 환자 유래 AML 세포와 TP53 변이 모델에서 항암 활성을 보였다. 혈액에서는 항체에서 분리된 분해제가 검출되지 않았고 영장류 반복투여 시험에서도 양호한 내약성을 확인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8월 임상시험계획을 승인했으며, 회사는 연내 약 42명 규모의 임상 1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다만 ORM-5029에 이어 ORM-6151까지 임상에서 멈추면서 오름테라퓨틱이 직접 개발하는 후보 가운데 임상 진입을 허가받은 자산은 ORM-1153 하나만 남았다. 아직 환자 투약 전이어서 인체 안전성과 효능 데이터도 없다.
세 후보 모두 동일한 SMol006을 사용한다는 점도 시장이 주시하는 부분이다. 사용한 링커는 다르다. ORM-5029는 HER2 항체와 발린-시트룰린 링커를 사용한 반면 ORM-6151과 ORM-1153은 다른 항체와 베타글루쿠로니드 링커를 채택했다. 안전성과 효능은 페이로드뿐 아니라 표적과 항체, 링커 안정성 및 세포 내 유입 능력이 함께 결정되는 만큼 ORM-5029의 독성 문제를 ORM-1153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결국 ORM-1153이 임상에서 차별화된 안전성과 효능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ORM-6151의 중단 원인도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간독성 등 SMol006과 관련된 문제라면 ORM-1153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유효성이나 약동학 데이터가 BMS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라면 표적과 항체 성능을 개선한 ORM-1153이 다른 결과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ORM-6151은 자산양수도 방식으로 BMS에 매각된 만큼 계약 종료에도 권리가 오름테라퓨틱으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관련 임상 데이터가 공유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향후 자료가 제공된다면 ORM-1153을 비롯한 후속 DAC의 안전성과 약동학·약력학 특성을 보완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름테라퓨틱 관계자는 “ORM-6151이 유효성 측면의 판단으로 중단된 것이라면 ORM-1153은 표적과 항체 내재화 능력을 개선한 물질인 만큼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독]국감장에서 국회의원이 챙긴 회사였는데…배임·횡령·탈세 의혹](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2100075t.1280x.0.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