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제조사 중 한 곳인 사노피의 국내 공급 물량이 50만회분 줄면서다. 정부는 부족 물량을 채우기 위해 GC녹십자 백신으로 어르신 무료접종 물량을 채웠지만 그만큼 소아청소년과 등에 공급할 백신이 줄 전망이다. 더욱이 올해는 어린이 무료접종 대상도 확대된다.
GC녹십자로부터 50만회분 공급…소아청소년용 부족
26일 질병관리청과 백신업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올해 어르신 국가예방접종에 사용할 사노피 독감백신 계약 물량을 225만회분에서 175만회분으로 50만회분 줄였다. 대신 GC녹십자 물량을 266만회분에서 316만회분으로 50만회분 늘렸다. 이에 따라 전체 정부 조달 물량 1233만회분은 유지했다.
문제는 GC녹십자가 50만회분을 새로 생산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생산백신 중 소아청소년과와 일반 병·의원 등에 공급할 계획이었던 물량을 국가접종용으로 돌렸다. 어르신 백신 부족분은 메웠지만 다른 곳에 공급할 백신은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이승묵 질병청 백신수급과장은 “조달 물량을 기존 사노피 225만회분, 녹십자 266만회분에서 사노피 175만회분, 녹십자 316만회분으로 계약 변경했다”고 밝혔다.
어린이 무료접종용 백신은 어르신 백신과 공급 방식이 다르다.
제품은 같지만 어르신 백신은 정부가 제약사에서 직접 구매해 의료기관에 공급한다. 반면 어린이 무료접종용 백신 가운데 일부는 의료기관이 제약회사나 도매업체에서 직접 구매해 접종한 뒤 정부에 비용을 청구한다. 따라서 정부가 어르신 백신을 모두 확보해도 소아청소년과에서 사용할 백신까지 충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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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업체가 줄어든 공급 여력을 메우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독감백신은 해마다 유행할 바이러스에 맞춰 수개월 전부터 생산하기 때문에 접종철을 앞두고 갑자기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워서다. 업계에서 독감백신 생산을 ‘1년 농사’에 비유하는 이유다.
올해는 생산 여건도 좋지 않았다. 백신업계에 따르면 H1N1 백신주의 유정란 배양 수율이 낮았을 뿐만 아니라 B형 백신은 생산에 필요한 국제 표준품 공급이 늦어졌다.
백신업체 A사 관계자는 자사의 생산 상황에 대해 “예년에 유정란 한 개에서 생산할 수 있었던 백신의 양을 ‘1’이라고 하면 올해는 0.5~0.6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의 추가 공급 여력도 많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또 다른 백신업체 B사는 소아청소년과에 공급할 물량을 마련하기 위해 당초 도매업체에 배정했던 물량까지 조정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녹십자는 국가 조달에 50만회분을 추가 공급하면서 소아청소년과 등에 공급할 여력이 사실상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며 “우리도 생산량이 많지 않아 도매에 배정했던 물량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공급할 물량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접종 시작 전까지 필요한 백신을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관계자는 “의료기관마다 사업 시작 시점까지 필요한 백신을 채울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도매상을 통해 공급받는 병·의원 가운데 접종 시작 시점에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는 곳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백신 공급 여력이 줄어든 반면 올해 무료접종 대상 어린이는 늘어난다. 정부는 무료 독감 예방접종 대상을 기존 생후 6개월~13세에서 14세까지로 확대했다. 대상자는 지난해보다 27만명 늘어나 올해 접종 대상 어린이는 약 510만명으로 추산된다.
2회 접종 대상 어린이와 임신부는 다음 달 21일, 1회 접종 대상 어린이는 같은 달 28일부터 접종을 시작한다.
질병청도 소아청소년과가 직접 구매하는 백신의 수급 상황을 추가로 확인할 방침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소아청소년과 독감 백신 공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에 대해 파악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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