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헬스케어가 거점으로 삼은 프랑스 파리 이시레물리노(IssyLesMoulineaux) 지역은 삼성과 LG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글로벌 사업 기반을 다진 곳으로도 유명하다. 따라서 국내 바이오산업을 대표하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글로벌 성공에 대한 기대치도 남다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프랑스 법인은 이시레물리노 지역 아미랄 빌딩 8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해당 건물은 파리를 본사로 두고 있는 유로스포츠 방송국이 입주해 있으며, 프랑스 내 바이오시밀러를 최초로 탄생시킨 주역들이 있어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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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감동시킨 램시마SC, 퀄리티오브라이프(QOL) 전략 주효
21일(현지시간) 방문한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프랑스 법인 사무실은 50여명 남짓한 직원들이 각각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주재원 3명, 현지 채용인원 47명으로 구성돼 있고, 커머셜, 처방의 담당, 입찰 협상, 품질관리 조직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들은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 제품군 시장 점유율 1위(68%),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 시장 점유율 2위(26%)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고, 경쟁 바이오시밀러보다 출시가 뒤처졌던 유플라이마(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계열 내 최초 고농도 제품으로 출시돼 선 진입한 경쟁 제품을 앞서는 성과를 냈다.
혁혁한 성과와 달리 셀트리온헬스케어 프랑스 법인 사무실은 유럽 특유의 세련됨보다는 수수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하지만 좁게는 프랑스, 넓게는 유럽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역사가 써내려져가고 있는 현장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웅장해졌다.
프랑스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는 유럽 내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가 가장 큰 EU5(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국가 중 하나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는 2015년 프랑스에 출시됐는데, 이는 프랑스 최초 바이오시밀러였다. 램시마로 시작된 프랑스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처방액 기준 약 4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김동식 셀트리온헬스케어 프랑스 법인장은 “램시마 론칭을 위해 프랑스 정부와 함께 바이오시밀러 정책을 만들며 관련 시장을 개척했다”며 “해가 바뀔수록 셀트리온헬스케어 제품을 찾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램시마와 램시마SC는 환자가 먼저 찾는 바이오시밀러가 됐다”고 언급했다.
자녀가 있는 젊은 여성 크론병 환자에게 정맥주사 대신 램시마SC를 스위칭 처방해 환자의 삶이 크게 개선되고, 이에 감동한 의사가 눈물까지 흘렸다는 일화는 이미 프랑스 내에서 꽤 유명한 얘기다. 정맥주사의 경우 8주마다 병원을 방문해 몇 시간씩 주삿바늘을 꼽고 있어야 한다. 자녀까지 있다면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램시마SC는 집에서 환자 스스로 주사가 가능해 처방받은 환자는 물론 의료진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게 김 법인장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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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시마SC에 대한 프랑스 환자들의 만족도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2021년 론칭한 램시마SC는 출시 첫해 코로나라는 악재에도 2년만에 시장점유율 21%(22년 4분기 기준)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램시마 IV까지 더한 램시마 제품군 점유율은 무려 68%에 달한다. 이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정확한 시장 분석을 통해 매출에만 집중하던 사업 전략을 환자 중심으로 대전환, 의료진과 함께 환자들의 삶까지 고려한 퀄리티오브라이프 전략이 제대로 작동한 결과다.
김 법인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프랑스 법인 매출이나 처방액 숫자가 성공의 기준이었다”면서 “직접판매를 하면서 우리 제품을 통해 한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이기 시작하면서 사업 전략을 바꿨다. 바이오 기업으로서의 성공은 환자들의 만족에서 오는 것으로 판단해 현지 의료진들과 퀄리티오브라이프 부분이 개선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이런 사업 전략은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 기조와도 맞닿아 있어 긍정적인 시너지도 예상된다. 실제로 프랑스 의약품 입찰 시장은 ESG 평가 항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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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판 성공 핵심 키워드 ‘신속·혁신·신뢰’
“고객 의견을 반영하는 속도와 의사결정이 다른 글로벌제약사 대비 굉장히 빠르다. 글로벌 제약사는 현장에서 나오는 의견과 제안, 컴플레인에 대응하는데, 몇 주가 걸리지만, 우리는 며칠 안에 해결한다.” 로시차 데자르댕 셀트리온헬스케어 프랑스 법인 마케팅·대외협력 디렉터는 유럽 직판 성공 원인으로 신속성을 꼽았다. 환자 및 의료진들의 여러 의견을 가까이서 듣고 빠르게 수정하면서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대외적인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의료 현장에서 셀트리온은 단순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아닌 혁신 신약 기업 이미지를 갖고 있다. (프랑스)시장에 바이오시밀러를 최초 출시한 것도, SC제형을 최초 출시한 것도 셀트리온헬스케어다”라면서 혁신성에도 높은 의미를 뒀다. 살림 벤 할리파 셀트리온헬스케어 프랑스 법인 메디컬 디렉터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성공 뒤에는 다른 경쟁사보다 앞선 혁신성은 고농도, SC제형으로 차별화를 두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신속성과 혁신성을 기반으로 기업 신뢰도를 탄탄하게 다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제품들은 처방시 가장 질문을 적게 받는 제품에 속한다. 의료진이나 환자들의 불만이 그만큼 없다는 의미다. 김 법인장은 “단순 가격 정책이 아닌 현장 스킨십을 통해 시장 환경과 특성의 디테일을 파악, 커스터마이징된 전략을 도출해야 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기업과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해 나가야 한다. 특히 지금까지는 면역질환에 도전했다면, 이제부터는 천식, 피부, 안과 등 다양한 질환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프랑스에서 신뢰받는 파트너로서 1년에 1개의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목표로 열심히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