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는 지금] 3."돈때문이라면 게스트하우스 안하죠"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비밥게스트하우스’의 주인 차소연(32 ·여)씨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대학에서 전자학을 전공한 그녀는 21살에 처음 해외로 나가 세계를 만났다. 배낭여행과 교환학생, 다시 여행으로 이어지는 삶의 궤적 속에서 차씨는 한 곳에 머물지 않는 삶의 즐거움을 알았다고 했다.
　
3년 전 친구 두 명과 동업해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게스트하우스를 차리게 된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다. 돈 문제로 여행을 계속하지 못할 바엔 차라리 여행객을 나의 집으로 불러들이겠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차씨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친해진 유럽친구들을 찾아갔다. 난 그들이 한국에 왔을 때 숙박료를 받았는데 그 친구들은 다 무료로 제공해주더라”라고 말했다.

차씨는 자신의 게스트하우스가 ‘수익형 임대사업’이 아닌 여행을 위한 임시거처라고 강조했다. 배낭여행객에게 숙식을 제공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자신은 다시 여행을 하는 선순환이다.
　
차 씨의 게스트하우스가 여행정보지 론리플래닛에 오를 만큼 우수한 평가를 받게 된 것도 바로 차 씨의 그런 성향 때문이다. 수익성에 목을 매기 보다 낮은 요금으로 내 집처럼 안락한 환경을 제공해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여행하길 원하는 배낭여행객들의 편의를 돕겠다는 것. 차 씨의 게스트하우스에는 다른 곳과 달리 성수기 할증요금이 없다.

▲ 차소연 씨가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비밥게스트하우스 전경 (사진제공=비밥게스트하우스)

물론 그만큼 가져가는 돈은 적을 수밖에 없다. 방 8개에 최대 27명이 숙박할 수 있는 꽤 큰 규모지만 월세 400만원과 관리비 기본 50만원, 여름철 냉방비와 겨울철 난방비, 거기에 아침식비까지 제하고 나면 순이익은 비수기 200만원, 성수기 400만원 정도다. 이걸 다시 동업자 1명과 나누면 차씨가 가져가는 건 월 100만~200만원 남짓인 셈이다.
　
버는 돈은 적지만 그는 이걸로도 충분하다는 게 차 씨의 생각이다. 생활비를 하고, 남는 돈만 모아도 1년에 서너차례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경비가 된다. 게스트하우스를 하며 사귄 친구들을 찾아가면 숙식비가 절감되는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매일 반복되는 청소와 빨래, 식사준비, 사이트관리와 메일교환 등 자질구레한 일들은 때론 아주 지겹지만, 그것만 잘 넘기면 무척 즐거운 일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특히 이 일은 수익성을 바라보며 이 하나에만 목을 매는 사람보다, 원래 자기 일이 있고, 여행을 좋아하며, 추가적으로 시간을 낼 수 있는 자유업종 종사자에게 적합하다고 그는 추천한다. 그녀는 요즘 남는 시간마다 그림을 그리고 있다.

▲ 비밥게스트하우스 내부 거실의 모습. 자유로운 분위기로 꾸며 게스트하우스에 숙박하는 외국인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제공=비밥게스트하우스)

　　
여행하듯 살고 싶어 여행과 일상의 경계에 게스트하우스를 차렸다는 차씨가 이 사업에 뛰어들려 하는 이들에게 당부하는 말은 하나다. 그는 “이 일을 정말 즐기고 싶으면 지금껏 손에 움켜쥐었거나 쥐려했던 것들을 놓으면 된다. 정말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그게 안 되면 이 일을 택한 걸 금방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