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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헤쳐가며 방송..`태국판 박대기` 기자 화제

임일곤 기자I 2011.11.07 15:04:00

현장 소식 전달하면서 구호활동
신뢰 잃은 정치권 빈자리 채워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50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홍수로 물난리를 겪고 있는 태국에서 현장 소식을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하는 한 방송사 앵커가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폭설 속에서도 꿋꿋하게 현장 소식을 보도해 장안의 화제로 떠오른 KBS 박대기 기자의 활약상을 연상케 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태국 민간 방송사인 채널3 뉴스의 소라윳 수따사나친다(46) 앵커다. 그는 한손에 마이크를 쥐고 허리까지 차오른 방콕 시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생생한 피해 현장을 전달하는 모습이 태국 국내는 물론 외신에서도 크게 소개돼 유명인이 됐다.

▲ 소라윳 앵커가 수해 지역의 생생한 모습을 직접 전하고 있다. (사진출처:WSJ)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라윳 앵커에 대해 "태국인들은 그가 이끄는 뉴스팀을 자신의 집 근처에서 발견한다면 조만간 홍수물이 몰려 올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그만큼 발품을 팔며 홍수 현장을 뛰어다녔다는 얘기다.  

석달째 이어지고 있는 홍수로 태국에선 현재까지 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경제적 손실은 1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태국 정부는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며 연일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으나 소라윳 앵커의 활약은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자체 구호팀을 꾸려 태국 정부의 구호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구석구석을 돌며 수재민들을 돕고 있다. 아울러 수재민들의 안타까운 소식도 전달하고 있다.

이 같은 구호 활동에 태국인들도 동참하면서 현재까지 모은 기부금은 1200만달러(134억원)에 이른다. 소라윳 구호팀은 집이 물에 잠겨 옴짝달싹 못하는 수재민을 찾아가 지붕 위나 2층 창문을 통해 국수와 햄버거 및 식수, 화장지 등으로 구성된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WSJ는 소라윳이 정부 구호 활동에 의존하지 않고 민간 중심의 모금 활동을 자극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가 못하는 일을 민간 차원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은 태국의 정치 불안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태국은 수년간 쿠테다와 공항 점거 시위, 거리 유혈 시위 등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면서 여야가 협력해 재난을 극복하지 못하는 등 정치권 신뢰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빠윈 차차왈뽕뿐 싱가포르 동남아시아 연구소 객원연구원은 "태국인들은 아무도 정치권을 믿으려 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소라윳 같은 민간 부분을 전적으로 믿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라윳의 방송은 피해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면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소라윳은 지난해 아이티 지진 및 태국 홍수 때에도 기금 모금 활동과 뉴스를 연결한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모은 바 있다. 그는 지난 2006년에 국영 방송사인 채널9에서 BEC 월드가 운영하는 민간 방송사 채널3으로 이직했다. BEC 주가는 소라윳의 뉴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6개월 동안 30% 가량 급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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