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원정희 김정남 한규란 기자]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세계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내 산업계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계제로` 상태다.
특히 3대 수출산업인 전자, 자동차, 석유화학업종은 모두 경기에 민감한 업종인 만큼 위기감 확대와 소비심리 악화가 자칫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업종별로 온도차는 있다.
◇ 전자·반도체, 직격탄 맞을 듯
업황 부진에 시달리는 전자업계는 `엎친데 덮친 격`이다. 전자업계의 시황이 하락세여서 이번 사태 탓에 더욱 타격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달 IT 수출은 지난 2009년 9월 이후 21개월만에 처음으로 감소(-3.2%)했다. 또 반도체의 올 상반기 대미수출은 13%나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수요위축에 따른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반도체의 경우 이미 가격이 떨어질 만큼 떨어진 상황에서 물량까지 빠지면 더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업계는 대미 수출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올 상반기 대미 수출 가운데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기 비중이 무려 17.6%로 가장 높은데다 반도체(5.5%)까지 합하면 23%에 달해 전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관계자들도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면서도 "경기에 가장 민감한 업종이 IT인 만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車, 매출 감소 우려
경기에 민감한 자동차 수요 특성상 위기감이 확대되면 자동차 판매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 상반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전년보다 무려 41% 늘어난 43억3500만달러에 이른다. 대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무선통신기기 다음으로 많은 15.6%에 달한다.
현대·기아차의 타격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동안 미국시장에서 총 56만8000대를 판 현대·기아차는 미국 내 소비심리가 얼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현대차(005380)그룹 관계자는 "미국 더블딥, 유럽 재정위기, 중국 등 신흥국의 긴축 등은 연쇄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위기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전반적인 경기부진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 자동차 수요가 금융위기 전인 1700만대에서 현재 회복되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1100만대 수준이어서 이번 사태로 인한 추가 수요감소는 없을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수요가 살아나서 현대기아차가 해외에서 선전한 게 아니라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서 이만큼 해왔던 점에 비춰볼 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석유·화학, 이익축소 불가피
석유제품의 대미수출 비중이 4.9% 수준으로 전자, 자동차업계 만큼은 아니지만 유가하락에 따른 정유업계의 이익 축소도 불가피 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국 경제 둔화에 따라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매출과 정제마진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나마 정유사의 수출 주력시장이 미국이나 유럽보단 아시아 시장으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자칫 중국의 대미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 물량도 함께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화학업종 역시 경기가 위축되면서 제품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다만 유가 급락에 따라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떨어지면서 원가 부담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한차례 금융위기를 겪은 바 있는 만큼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미국 침체에 따른 대응방안을 각 기업들이 준비해야 한다"며 "가령 경기 둔화에 따른 실용성 높은 자동차, 그리고 가격경쟁력을 갖춘 스마트폰 등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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