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수연기자] 이명박 후보의 '입'이 화를 자초하고 있다. 거듭되는 말실수가 대통령 후보 자질론으로 까지 비화되는 양상이다.
어쩌다 우연찮게 발생하는 것이 아닌, 거듭되는 실수는 더 이상 실수로 보기 어렵다. 때문에 이 후보의 논란 발언 들도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평소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공격의 좋은 빌미가 되고 있다.
◇ '관기' 이어 '마사지걸'.. 의심스런 여성관
이명박 후보는 지난달 28일 서울시내 한 중국음식점에서 주요 일간지 편집국장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여성 비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현대건설 재직시 외국서 근무한 선배 이야기라며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얼굴이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남자들이...그러나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은 서비스 도 좋고...”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를 처음 보도한 '오마이뉴스'가 허위 보도했다며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 후보의 발언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라는 공개질의서를 내기에 이르렀다. 대통령 후보로서의 기본적인 자질과 품격이 의심되는 것은 물론, 보다 본질적으로 여성의 상품화와 성매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듯한 사고방식이 문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앞뒤 맥락을 싹 빼고 보도됐고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너그럽게 본다고 해도, 문제는 이같은 발언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초 충북 청주에서 열린 경선 합동연설회 전에 정우택 충북지사가 "예전 관찰사였다면 관기라도 하나 넣어드렸을 텐데.."라고 하자 "어제 온 게 정 지사가 보낸 거 아니었냐"고 말해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애를 낳아 본 여자만이 보육을 얘기할 수 있다"고 말해 비판을 받는 등 올 들어서만도 여성과 관련된 말실수가 수차례에 이른다.
◇ 사회적 약자 및 다양성에 대한 존중 '실종'
여성에 대해서 뿐만 아니다. 이 후보는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해 장애인을 비하하기도 했다.
또 동성애에 대해 "인간은 남녀가 결합해서 서로 사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해 '동성애는 비정상'이라는 식의 인식을 드러냈다.
이같은 이명박 후보의 거듭되는 말실수 대상이 여성, 장애인, 동성애자 등 우리 사회의 대표적 소수, 약자라는 공통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약자는 무시하고, 자신과 다르면 용납 못하는, 다양성을 존중할 줄 모르는 세계관이 깔려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 '경제대통령' 되겠다는데..
경제분야 관계자들은 지난 14일 SBS토론회에서의 발언도 실망스러웠다는 반응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7% 성장과 소득 4만달러 달성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가능하다"고 답하며 "지금 우리나라는 4% 성장하지만, 주변국들은 7% 이상 성장한다"고 말하며 "중국, 인도, 두바이, 카자흐스탄"이라고 덧붙였다.
한 경제관료는 "아무리 잘살게 해준다는 정치적인 구호 차원인지는 몰라도, 조금이라도 경제를 아는 사람이면 할 수 없는 상식 밖 발언"이라고 평했다.
이 관료는 "중국이나 카자흐스탄과 같은 나라는 무섭게 떠오르는 신흥성장국인데 어떻게 우리나라와 맞비교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 역사의식, 언론관은?
이 후보의 역사의식과 언론관도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을 각각 '광주사태', '부마사태'로 표현했다.
군사독재정권이 만들어낸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의식도 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 최근 '지리산 등반' 뒤 술자리에서는 기자들 수십명을 앞에 두고 한 발언이 구설수에 올랐다.
이 후보는 "삐딱하게 보려고 애쓰면 뭐든지 삐딱하게 보인다" "나도 옛날 학생운동을 할 때는 무조건 반대를 했고 눈에 보이는 것 모두가 반대였는데 사회에 나와서 내가 낀 안경을 벗고 나니 대단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며 "기자 여러분들도 여러분의 편견과 선입견의 안경을 다 버리고 긍정적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함과 동시에 잘 좀 써달라고 부탁하는 가벼운 이야기였지만,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듣기에 따라서는 '불리한 기사 = 편견의 산물, 유리한 기사 = 바른 보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언론의 고유 기능인 비판에 대해 이 후보가 건강한 시각을 갖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는게 언론인들의 반응이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대해, 한두번에 그치지 않고 말실수가 거듭 반복됨에 따라 이명박 후보의 총체적 세계관과 품격이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인 그가 대선까지 순항하기 위해서 맞서 싸워야 할 상대는 '검증공세'나 '범여권 단일후보'가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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