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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없이 땀 뻘뻘…전통시장서 소비쿠폰 효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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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기자I 2025.07.08 06:10:00

전통시장, 민생지원금 ‘단비’도 폭염이 내쫓을까
오는 21일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시작
전통시장, 폭염에 취약…여름철 경기활성화 지수 떨어져
상인들 “여름 장사 어려워…지원금 효과 크지 않을 수도”
전문가 “여름 공략 상품·시원한 소비자 경험 제공해야”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에어컨은 없죠. 가게 앞부분이 다 뚫려 있잖아요.”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건조 과일·젤리 상점의 모습이다. 차가운 곶감 박스가 더운 날씨를 만나자 상자 표면에 물방울이 맺혔다.(사진=김세연기자)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을 약 2주 앞둔 7일, 전통시장에서는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무더위와 싸우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만난 과일가게 상인 A씨는 천장 선풍기 2대로 무더위를 버티고 있었다. 33㎡(10평) 남짓의 가게는 4면 중 2면이 뻥 뚫려 있어 에어컨의 냉기를 가둬둘 수 없었다. A씨는 궁여지책으로 선풍기에 의존 중이었다. 다른 상점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통시장 특성상 문을 열어두고 가게 밖 길거리 쪽의 매대에 상품을 올려놓고 팔아야 하기 때문에 선풍기나 부채로 버티기 일쑤였다.

이날 오전 10시께 찾은 망원시장은 30분만 있어도 콧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1시간이 지나니 등에도 땀이 흘러 내렸다. 오전 10시 기준 서울엔 폭염 특보가 발효됐다. 상인들은 선풍기로, 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부채로 땀을 식힐 뿐이었다. 문제는 이처럼 무더운 날씨가 상인들을 지치게 할 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방문객 발길을 끊는다는 것이다.

전통시장 체감 경기 여름에 가장 낮아…“여름 장사는 잘 안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이 집계하는 ‘전통시장 체감 경기동향’(BSI)을 보면 폭염과 장마가 겹친 7월에는 경기동향이 항상 낮았다. 지난해 7월 경기동향 지수는 42.4로 1월(40.4)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고 2023년에는 7월 지수가 40.7로 가장 낮았다. 2022년 7월 지수는 49.8로 1년 중 3번째, 2021년 7월 지수는 26.6으로 1년 중 가장 낮았다.

상인들도 ‘여름 장사’가 어렵다는 걸 체감하는 분위기였다. 망원시장에서 건조과일과 젤리 등을 판매하는 홍선식(60) 씨는 “여름에는 음식이 빨리 상하기 때문에 대량 구매가 없다”며 “계절적 요인으로 소비 심리가 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농산물 가게에서 일하는 이 모(53) 씨도 “여름에는 (방문객이) 겨울이나 가을보다 좀 적다”고 했다. 계절적 특성이 농수산물 등 먹거리 판매 비율이 높은 전통시장에서 더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셈이다.

오는 21일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라는 이름으로 민생지원금 지급이 시작되면 지원금은 11월30일까지 써야 한다. 3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지만 사실상 지급받은 직후 소진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름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무더위로 인해 전통시장까지 소비진작 효과가 이어질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망원시장의 한 족발 가게에서 일하는 성 모(53)씨는 “대형마트는 지원금 사용이 불가하다보니 전통시장으로 좀 오지 않을까”라면서도 “통상 여름에는 전통시장 방문객이 적어 정책 효과가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씨도 “큰 매출 증가는 없겠지만 노상 점포나 전통시장이 다 함께 좀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는 있다. 평소보다 5~10% 정도는 더 매출이 늘어날 거라고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수요자 중심의 ‘시원한’ 전통시장 만들어야…“소비자 경험이 중요”

전문가들은 ‘전통시장은 더운 곳’이라는 건 옛 고정관념을 넘어 여름철 수요를 공략하는 전략을 취해야 민생지원금 효과를 증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급자(상인)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소비자)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전통시장을 여름에도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이날 망원시장에서 만난 상인 중 10년 이상 장사를 이어 온 한 상인은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지만 더위에 이미 적응해서 선풍기로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시원한’ 소비자 경험을 제공해 전통시장을 ‘여름에도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만들거나 여름 휴가철을 공략한 이벤트성 상품을 내놓는 것도 민생지원금 수요를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 디지털 기능을 접목해 방문객이 지나가는 시점에 맞춰 수증기를 뿌려준다든지 바람을 불게 하는 등 방식으로 전통시장도 시원할 수 있다는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름철 관광수요를 고려해 주거 지역 시장과 관광 지역 시장 간 협약을 맺어 주거 지역 시장에서 제품을 구매한 이력이 있으면 관광 지역 시장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할인을 제공하는 등 민생지원금 효과를 지역 밖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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