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업체 유튜브가 전세계 온라인 비디오 네트워크 시장을 거의 독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이어 유럽의 미디어 기업들이 잇달아 온라인 비디오 네트워크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국에 이어 유럽의 전통 미디어 대기업들이 멀티채널네트워크(MCN) 등 온라인 비디오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MCN이란 1인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지원 관리해주는 시스템이나 서비스로, 촬영이나 녹음 스튜디오, 장비를 제공하고 교육, 홍보, 유통 등을 담당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
FT에 따르면 독일 민영 방송사 프로지벤자트아인스(ProSiebenSat.1)가 최근 미국 온라인 비디오 제작사 콜렉티브디지털스튜디오의 지분을 8300만달러에 인수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인수 이후 자사의 스튜디오71과 함께 2억400만달러 규모의 글로벌 비디오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스웨덴 미디어 업체 모던타임스그룹은 유럽 최대 비디오 네트워크인 줌인.TV의 지분 대부분을 9500만달러에 사들였다.
이들뿐만 아니라 영국 위성방송사 비스카이비(BSkyB)와 프랑스 대표 미디어 기업 비방디(Vivendi) 등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1세기폭스가 보유한 제작사 엔데몰 샤인은 뷰티 스타 미셸 판(Michelle Phan)과 함께 메이크업 강의 영상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스냅쳇 등에 올려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디어 관련 리서치 회사 암페어애널리시스의 리처드 브로튼 애널리스트는 “국내 시장에서 성장률이 저조한 전통 미디어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광고 기반의 방송이 아닌 수익원을 다양화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더스 애널리시스는 기업들이 MCN에 투자한 규모가 2013년에서 지난해까지 3배 가까운 16억5000만달러(약 1조9700억원)로 급격히 증가했다고 추산했다.
미국 기업들의 움직임은 유럽보다 더 빨랐다. 월트디즈니는 지난해 5억달러를 투입해 MCN 기업인 메이커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메이커 스튜디오는 제작한 동영상을 5만개 이상의 인터넷방송 채널에서 유통하고 있다. 드림웍스애니메이션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어섬니스TV의 지분 3억2500만달러 규모를 허스트(Hearst)와 오터 미디어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광고 시장 역시 주목하고 있다. 구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유튜브의 광고 갯수는 지난해 40% 넘게 증가했다. 미국 18~49세 사이의 시청자들은 다른 케이블 네트워크 방송사가 아닌 유튜브에서 가장 많은 비디오를 검색하고 있다.
레자 이자드 콜렉티브디지털스튜디오 공동창업자는 “소비자의 습관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광고 사업자들은 이런 변화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