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발표된 2013년 세법개정안을 관통하는 큰 틀은 ‘조세 형평성’이다. 즉, ‘더 많이 번 사람이 더 낸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은 물론 종교인 과세 등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었던 부분을 찾아내 과세에 나선다는데 방점을 뒀다.
뿐만 아니라 기업에 있어서도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위주로 한 세제지원 강화에 중심을 뒀다. 반면 대기업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을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 소득공제→세액공제..“고소득층에게 세금 더 거둬 저소득층 나눠준다”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소득공제 방식은 소득액의 일부를 비용으로 빼주고 세액을 산출하는 것으로, 같은 금액을 소득공제하더라도 소득수준에 따라 혜택에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그동안 고소득자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반면 세액공제는 기존 공제 대상 비용을 소득에 포함시키고, 납부세액의 일부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납세액이 적은 저소득자가 납부할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중상위층 소득자, 고소득자의 세부담이 늘어나게 되며 이렇게 늘어나는 부분은 저소득자에 대한 근로장려세제와 자녀장려세제로 쓰이게 된다”면서 “세부담의 형평성이 크게 제고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은 줄이고 대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등에 대한 지원을 늘린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유망 서비스업과 연구개발업에 대해 개발·투자(R&D)비용 세액공제를 허용하고,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유사업종을 영위하는 가족기업이 많은 중소기업의 특성을 감안해 지분율을 5%, 정상거래비율을 50%로 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차관은 “전반적으로 재정여건이 어려운 현재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당분간 세감면 축소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과세 사각지대’ 없앤다..종교인도 과세 대상 포함
정부가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 중점을 둔 또 다른 분야는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었던 부문에 대한 과세다. 가장 대표적으로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를 들 수 있다. 종교인 과세는 과거부터 끊임없이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던 분야지만 새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과세를 시행하게 됐다.
고소득 농민에 대해서도 소득세 과세에 나선다. 일정수입금액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는 작물재배업이 과세 대상이다.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종교인이나 고소득 농민에 대한 과세는 그동안 과세 사각지대였던 부분을 과세권으로 끌여들였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전반적으로 서민과 중산층을 배려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고소득자에게 부담을 주는 방향”이라면서 “부가세 감면의 제도 운영 과정에서 불합리하거나 과다하게 운영됐던 부분을 적정수준으로 조정하고 합리화했다”고 강조했다.
◇ 중산층 세부담 가중 불가피..“직접세 비중 줄이고 간접세 늘려야”
문제는 정부 방침에 따라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중산층의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인하와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 축소 등은 사실상 중산층에 대한 증세 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중산층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대적인 세금 부담감은 오히려 중간계층이 더 많이 갖게 됐다”면서 “상대적인 박탈감때문에 중간계층의 조세만족도가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예로 총급여 6000만원인 4인 가족의 경우 현재 소득세가 212만원이지만 세액공제로 전환되면 219만원으로, 기존보다 7만원이 늘어나는데 그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이번 개정안에 따라 전체 근로소득자의 상위 28% 수준에서 세부담이 증가하게 된다”면서 “하지만 이 중에서도 부양가족 수나 소득공제의 적용상황 등에 따라 세부담이 감소하거나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도 상당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이 표현을 달리한 ‘사실상의 증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은 “이번 세법개정안은 증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깔고 봐야지만 맞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결국 증세, 특히 직접세보다는 간접세를 인상, 재전건전성을 높이고 경제적 비효율성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