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집단 저항`..中 우칸사태 주목받는 이유는

조용만 기자I 2011.12.19 13:07:54
[이데일리 조용만 기자] 중국 남부 광둥성의 한 어촌에서 발생한 주민들의 집단시위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개발에 따른 토지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우칸(烏坎) 마을에서 수개월째 지속돼 온 주민들의 저항과 시위는 경찰에 구금돼 있던 주민 대표의 사망 이후 확전 양상에 돌입했다.

◇ 주민들 집단 저항, 대표자 사망 이후 확전양상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주 중국 당국이 경찰을 동원해 마을 진출입로를 막으며 고립작전을 펴자, 인근 주민들이 쌀과 생필품을 우칸에 보내며 동조세력으로 등장했다. 주민들은 중앙정부가 이 지역 정부와 공산당 간부들의 부패를 조사하고, 사망자의 시신을 돌려주지 않으면 이번주 마을밖으로 행진하는 등 저항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물리적 마찰도 예상된다.

WSJ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광둥성 지역에서 발생한 이번 우칸 사태가 중국의 불확실한 한 해를 상징하는 사건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고조되는 인플레이션 압력, 부동산 침체 등으로 경제적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달로 발달로 중국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가 이번 사태를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칸 마을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2가지로 압축된다. 경찰 구금 도중 숨진 주민대표 쉐진보(薛錦波, 42)의 시신을 돌려달라는 것과 이 지역 공산당 대표를 포함, 지방정부 관료들에 대해 중앙정부 차원의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

경찰은 쉐씨가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쉐씨의 몸 곳곳에 멍이 들어 있었다며 구타에 의해 타살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WSJ은 경찰이 쉐씨의 시신을 주민들에게 인도하지 않을 경우 저항을 계속할 것이라는 주민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우리의 궁극적인 기대는 이 지역에서 벌어진 부패행위에 대해 중앙정부가 조사에 나서 달라는 것"이라고도 했다.

주민들은 지방정부와 당 간부들이 개발업체와 결탁, 주민들의 땅을 헐값으로 수용한뒤 자기들의 호주머니를 채우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지방 부동산 개발은 큰 이익이 남는 프로젝트로 인식돼 왔고, 지방정부 재정도 상당 부분 개발이익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낮은 가격에 토지를 수용당한 주민들은 개발이익에서 소외된 채 불만세력을 남게 됐고, 이번 사태의 근본적 배경도 여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 저항 수위 높아지는데, 당국은 통제 강화..국내외 관심 집중
 
주민들은 이번주중 마을 밖 행진 등을 통해 저항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경찰의 마을 진입을 막기 위해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고, 우칸 소식을 전해줄 외신 기자들에게는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임시 미디어센터까지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 당국의 보도 통제도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는 우칸마을 봉기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경찰의 단속을 받았다는 목격담이 전해졌지만 내용은 곧바로 삭제됐고, 인터넷에서도 우칸에 대한 소식은 차단돼 있는 상태다. 중국에서 웨이보를 사용하는 네티즌이 2억명을 웃도는 상황에서, 지난주 베이징시 당국은 웨이보에 실명제를 적용하도록 하는 등 인터넷 여론 형성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사회적 이슈가 빠르게 전파되는 상황에서, 빈부격차와 부패라는 중국 사회의 고질을 둘러싸고 주민들이 집단 저항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심화된 소득불균형과 도시·농촌간 격차 해소 등이 차기 지도부의 중점 과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 대응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대목이다. 중국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소식이 차단돼 있지만 외신들은 우칸 지역에 특파원들을 파견, 주민들의 동태와 경찰 움직임을 비교적 소상히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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