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유럽 재정위기 악화로 유럽 정부와 금융권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지면서 기관이 아닌 개인 소매 투자자들에 기대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우체국부터 은행지점까지 국채를 팔 수 있는 창구를 다각화하고 복권까지 연계해 채권을 발행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정부와 금융권이 개인 투자자에게 직접 채권을 팔기 위해 고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말 개인 투자자들이 온라인으로 국채를 쉽게 살 수 있도록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스페인의 지역자치단체들도 `애국채권`으로 이름 붙여 시민에게 채권을 팔기 시작했고 스페인 정부는 투자를 호소하는 광고까지 제작했다.
아일랜드 역시 지난해 4월 `국민단결채권`으로 이름 붙인 국채를 판매했고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아일랜드는 지난해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34억유로의 국채를 판매하면서 전체 장기차입 비중의 14%에 달하고 있다. 불과 1년 전 5%에서 크게 높아진 것이다. 또 복권과 연계된 경품채권을 팔기도 했는데 이자가 없는 대신 한 달에 한번 100만유로를 제공하는 경품이 포함된 복권식 채권을 대거 팔기도 했다.
이들 정부뿐만 아니라 스페인 산탄데르은행 등은 소매 고객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은행채를 팔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과거 현금 부족에 시달리던 정부들이 애국심에 호소해 채권을 판 방식과 흡사하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채권을 발행했고 호주는 1980년대 사회기반시설 건설 재원 마련을 위해 비슷한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이는 최근 경제 부진으로 유럽 가계가 소비를 꺼리고 저축률이 높아지면서 잠자는 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부와 은행들이 기관 투자가의 외면을 받으면서 대신 그들의 부채 리스크를 개인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